[정명화기자] 감칠맛 나는 말투와 능청스러운 유머감각을 타고난 사람같다. 과장하지 않고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웃기는 언어의 연금술사. 쓰는 어휘나 표현이 범상치 않아 독창적인 웃음을 주는 남자 김정태를 만났다.
감초 조연으로 많은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정태는 개봉작 '박수건달'을 비롯해 세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7번방의 선물', '남자사용설명서', '세계일주'에 촬영 중인 영화 '깡철이'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영화 '박수건달'의 촬영을 진행한 지난 4월에는 평소 고질이던 허리 디스크가 터져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부산 모 병원에서 "100% 전액 무상 수술을 받았다"는 김정태는 "100% 무료"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디스크 수술로 촬영이 더이상 진행할 수 없을 지경이라 중도 하차를 생각하기도 했다는 그는 "하지만 입금 받은 걸 도로 뱉어낼 생각을 하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며 "한번 입금된 건 요단강 건너지 않는 이상 토해내지 않는다"며 특유의 유머를 섞어 강한 생활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디스크 수술 투혼을 불사른 영화 '박수건달'에서 김정태는 부산의 폭력조직 넘버 2 '태주' 역을 맡았다. 엘리트 조폭 박신양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지만 늘 실패에 그치고 마는 비운의 인물이자 영화의 웃음 축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반신불수의 몸으로 촬영한 영화다(웃음). 장애인 영화제에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영화 후반부 액션 신은 재촬영을 했다. 당시에 '7번방의 선물' 촬영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배우들 중에 내가 막내였다. 형님들은 내게 화끈한 오락을 기대했는데, 내 몸이 아프니 술도 못 마시고 놀아드릴 수가 없었다(웃음)."
영화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촬영 때 상대배우 박희순을 취조하는 신에서 박희순을 번쩍 들면서 허리가 삐긋했고 이후 통증을 달래가며 촬영을 해왔다고.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캐릭터가 겹치거나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묻자 김정태는 "당연히 있다"고 답했다.
"그래서 캐릭터의 강약을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코믹한 작품을 세편 연달아 하면 그 후에는 좀 센 역할을 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세계일주'는 그런 점에서 굉장히 고마운 작품이다. 웃음기 없는 정극 연기를 하는데, 이런 역할을 내게 제의해줬다는 사실 자체가 고마웠다."
많은 작품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감초 배우이자 점점 영화 속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김정태는 "비중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비중이 큰 작품일수록 더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연기 비결을 밝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다른 끼를 보였던 그는 "데뷔하면 바로 스타가 될 줄 알았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하지만 무명시절이 길어지며 지난 2005년까지는 고시원을 전전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오랫동안 힘들 줄 알았다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거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스트레스도 많았는데, 나 자신에게 미안해서 때려칠 수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 시간을 견뎌낸 내가 기특하게 느껴질 정도다."
영화 '친구'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김정태'라는 이름을 알렸지만 그 이후에도 가난하고 힘든 시간을 계속됐다고.
"'1박2일' 출연 전까지는 어려운 시간이 계속됐다. '1빅2일' 출연이 배우 인생에 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1박2일' 출연 전과 출연 후로 배우 인생을 나눌 수 있을 정도니까. 그 후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 섭외나 MC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다 거절했다. 배우니까 연기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예능에 대단한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사람을 웃겨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난 사실 A형에 낯도 많이 가리는 소심한 사람이다(웃음)."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김정태는 음원 발매에 대해 묻자 "전문용어로 완전히 사장됐다"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음악을 정식으로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말해 웃음을 주었다. 올해 드라마 출연을 계획 중이라는 그는 "둘째를 만드는 것이 2013년 최대 목표"라며 "6월쯤에 아내와 함께 열심히 노력해보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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