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야구를 쉽게 봤었다." 박정권(SK)의 반성이다. 그는 "내 생각대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스윙에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박정권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할5푼5리(416타수 106안타) 12홈런 59타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할5푼대 타율에 머물렀다. 2009년 25홈런에서 점점 줄어 12개까지 떨어졌다. 박정권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빨리 털고 일어섰어야 했는데 냉정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번에는 '가을정권' 효과도 없었다. 팀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박정권은 끝내 날지 못했다. 결국 팀도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이 더 컸다.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 결승타가 터졌다. '올해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부담을 이기는 것도 실력이다. 다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정권이는 아직 프로 선수로의 자세가 부족한 것 같다"는 아버지의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성적 부진은 자신감 저하로 이어졌다. 박정권은 "야구를 쉽게 봤던 것 같다. 올해는 내 생각대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스윙에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한없이 나약해지더라. '팀을 위해 내가 경기에서 빠져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고민 끝 박정권이 내린 결론은 "납득할만한 스윙을 하자"는 것이다. "내야플라이든 땅볼이든 내가 납득할만한 스윙을 하고 싶다. 올 시즌은 매 타석이 후회였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내 스윙을 하겠다."
박정권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특별한 부상 없이 2009년부터 꾸준히 120경기 이상 출전한 것이 최대 무기다.
여기에 '20홈런' 목표도 마음에 새겼다. 2009년 25홈런 이후 2010년 18개, 2011년 13개에 이어 올해는 12홈런에 그쳤다. 박정권은 "다른 건 몰라도 내년에는 무조건 20홈런 이상은 때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호준이 떠나면서 중량감이 줄어든 타선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책임감도 실려있었다.
박정권은 연봉 협상에서 지난해보다 1천만원 인상된 2억 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여기에 최근 얻은 둘째 딸도 또 다른 원동력이 됐다. 박정권은 "둘째가 생기니 책임감이 더 커졌다. 가족 모두 내가 야구 잘하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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