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마크 벌리가 연상된다."
거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자신의 의뢰인인 류현진을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중 한 명인 마크 벌리와 비교했다. 벌리와 맞먹는 몸값을 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눈길이 쏠린다.
16일(한국시간) LA타임스에 따르면 보라스는 류현진에 대해 "신체 유형과 사이즈, 그리고 기량을 감안할 때 마크 벌리(33)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벌리는 빅리그 13년 통산 174승을 거둔 좌완투수. 올 시즌에도 13승13패 평균자책점 3.74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2001년부터 1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는 왼손 선발요원으로 꼽힌다.
벌리는 신장 188㎝에 체중 110㎏이 나가는 거구다. 보라스의 말대로 류현진과 체격이 흡사하다. 무엇보다 벌리는 지난 겨울 4년 5천800만달러에 마이애미 말린스에 입단했다. 이번 겨울 마이애미가 '파이어 세일'에 돌입하면서 조만간 토론토로 팀을 옮길 예정이다.
보라스가 직접적인 표현은 삼갔지만 류현진 또한 그에 상응하는 몸값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본격적인 협상에 앞선 일종의 '무력 시위' 성격이 강하다. 메이저리그 베테랑인 벌리와 같은 몸값을 얻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웬만한 가격에는 선뜻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류현진과 독점협상권을 가진 협상 파트너 LA 다저스를 압박한 것이다. 보라스는 이미 네드 콜레티 단장과 대화를 나눴으며, 다음주 직접 만나 협상을 시작할 게획이다. 다저스와 류현진의 협상은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될 수 있다.
이날 자신의 사무실인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의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약 50∼60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신문에 따르면 보라스는 류현진에 대한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답변을 가로챘다고 한다.
"당장 내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뛸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보라스는 "내가 먼저 답하겠다"며 포스팅시스템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다저스에서 뛰는 것과 많은 돈을 받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하느냐"는 질문에도 보라스가 먼저 끼어들어 "어떤 프로 선수이든 계약 여부, 계약 대상, 그리고 계약 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협상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발언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였다.
류현진은 이 질문에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다"며 "다저스는 훌륭한 팀이다. 좋은 대우를 받고 싶다"고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다저스와 계약이 타결되지 않으면 실망스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무려 2천573만달러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의 이적료를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써냈다. 류현진 영입 의지가 보통이 아님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류현진 개인 몸값에 대한 협상을 앞두고 '연막 작전'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스탠 캐스틴 사장과 콜레티 단장은 류현진에 대한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맞선 보라스도 정상급 좌완투수인 벌리의 이름을 대면서 류현진의 가치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이들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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