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데이빗 웰스를 닮았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류현진(한화)과의 독점 협상권을 따낸 LA 다저스가 류현진을 빅리그 239승에 빛나는 좌완 웰스와 비교했다. 구단 스카우팅 총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다저스의 국제담당 스카우팅 업무를 총괄하는 밥 잉글은 15일(한국시간) ESPN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체구가 크고 둥글둥글하다"며 "웰스의 기량과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 구단에 합류해 공헌할 수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웰스는 1987년부터 2007년을 끝으로 은퇴하기까지 무려 2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왼손 투수. 191㎝에 100㎏ 가까이 나가는 거구였다. 뱃살이 두둑하게 나왔고, 몸 전체가 류현진처럼 둥글둥글했다. 무엇보다 웰스는 유연한 투구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구질을 구사했다.
정확한 제구와 현란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들을 맞혀잡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토론토, 디트로이트, 뉴욕 양키스, 보스턴, LA 다저스 등 주요 구단들을 두루 거쳤다. 특히 토론토에 몸담았던 2000년에는 20승으로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통산 239승158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다.
류현진을 설명하기 위해 웰스의 이름을 끌어들였지만 다저스의 류현진에 대한 기대 수준을 살짝 엿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류현진 역시 웰스와 엇비슷한 체구에 정확한 패스트볼 제구력을 보유했다. 특히 그의 체인지업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타자를 윽박질러 많은 삼진을 빼앗는 능력도 보유했지만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레벨에선 '피네스 피처'로 분류된다. 웰스 역시 통산 2천20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음에도 현역 시절 정통파보다는 기교파 투수로 여겨졌다.
류현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은 잉글은 최근 다저스에 합류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시애틀에서 해외 담당 스카우트로 활약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02년 베네수엘라에서 당시 16세이던 특급 유망주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발굴해 영입한 인물이다. 에르난데스는 이후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오른손 투수로 성장했다.
잉글은 시애틀 시절 류현진의 경기를 수 차례 지켜본 적이 있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의 보좌역인 스카우트 로건 화이트도 오랫동안 류현진을 관찰해왔다. 그 결과 다저스는 류현진이 팀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2천500만달러가 넘는 거액의 이적료를 한화에 선뜻 건네기로 한 것이다.
구단 실무진들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류현진과 본격적인 연봉 협상을 앞둔 다저스 프런트 고위층은 여전히 '연막 작전'을 펼치고 있다.
역시 ESPN에 따르면 콜레티 단장은 '류현진이 다저스의 2∼3선발을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스탠 캐스틴 사장은 "우리가 뭐라고 하면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그 말을 계속 읊어댈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에 대한 어떤 평가도 보라스는 연봉 협상에서 '무기'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보라스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내비친 셈이다. 류현진과 다저스의 연봉협상 마감시한은 다음달 1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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