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정규시즌 때 그렇게 이겼으면 이제 질 때도 됐다."
SK 와이번스 정근우가 25일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의 선발투수 장원삼을 두고 한 말이다.
장원삼은 정규시즌 17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투수. 정근우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정규시즌에서의 기록이 포스트시즌에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묻어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장원삼은 이날 2차전에서 정근우의 그런 기대를 무참히 깨버렸다. 1회초 2사 만루 위기에 몰리며 잠시 흔들렸을 뿐 2회부터 5회까지는 퍼펙트를 기록하는 등 6이닝 2피안타(1홈런) 2볼넷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친 것. 정규시즌 다승왕은 우연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피칭 내용이었다.
정규시즌의 기록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 것은 장원삼 뿐만이 아니었다. 폭발한 삼성 타선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올 시즌 팀 타율 1위(0.272), 팀 득점 1위(628득점), 팀 타점 1위(585타점)에 오른 팀이다. 1차전에서는 5안타에 그치며 경기 감각 저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으나 그저 기우였던 셈이다.
타선의 대폭발이 일어난 것은 3회말이었다. 조동찬과 진갑용의 연속안타, 김상수의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배영섭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승엽과 박석민의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가 이어졌고 이번에는 최형우가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만루포를 쏘아올리며 SK 선발 마리오를 KO시켰다.
삼성의 방망이는 6-1로 앞서던 7회말에도 다시 불타올랐다. 배영섭의 적시 2루타, 박석민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2점을 추가한 것. 결국 경기는 삼성의 8-3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날 삼성 타선은 안타수 7개로 그리 많은 안타를 쳐내지 못했으나 5개의 사사구를 곁들이며 찬스가 왔을 때 집중력을 발휘해 손쉽게 승리를 엮어냈다. 최형우가 홈런 한 방으로 4타점, 배영섭은 2루타 2개로 3타점을 쓸어담았다.
1차전에서 이승엽의 선제 투런포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면 이날은 그 뒤를 받치는 최형우의 한 방이 승리를 가져왔다. 침묵하던 박석민도 적시타 하나를 때려내며 타격감 회복을 알렸다.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타선 전체의 고른 활약으로 승리를 쌓아가는 것 또한 정규시즌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이제 삼성이 재입증해야 하는 1위 기록은 단 하나 뿐이다. 바로 정규시즌 성적이다. 2연승을 달리며 우승컵에 한 발 더 다가선 삼성. 정규시즌에서 80승2무51패(승률 0.61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실력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삼성의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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