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이승엽(삼성)과 조인성(SK)이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재대결을 펼쳤다. 조인성의 소속팀이 바뀐 차이는 있었지만 결과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이승엽과 조인성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갖는 특별한 무대였다. 바로 10년만에 치르는 한국시리즈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삼성과 LG 트윈스가 펼친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과 조인성은 각각 삼성과 LG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둘은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승엽은 2003년을 끝으로 일본 무대에 진출했고, 지난해까지 조인성이 몸담았던 LG는 2002년 이후 한 번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두 선수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삼성이 3승2패로 앞선 가운데 열린 6차전. 삼성이 6-9로 뒤지던 9회말 1사 1,2루에서 이승엽이 기적같은 동점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그런데 당시 포수 마스크를 쓰고 LG 안방을 지킨 선수가 조인성이었던 것이다.
당시 조인성은 이승엽(투수 이상훈)에게 동점포를, 마해영(투수 최원호)에게는 끝내기포를 연달아 허용하며 팀이 패배하는 씁쓸한 현장을 지켰다. 삼성은 LG를 4승2패로 물리치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감격을 누렸다. 역대 가장 극적인 한국시리즈로 기억되는 2002년, 조인성이 있던 LG는 그렇게 조연에 머물렀다.
10년 만의 한국시리즈를 앞둔 조인성은 10년 전 기억을 또렷이 하고 있었다.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은 구종이 '슬라이더'였다는 것까지 말이다. 조인성은 "직구를 던졌어야 했는데 변화구를 던지다 맞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이승엽은 3번타자 1루수로, 조인성은 7번타자 포수로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승엽은 조인성에게 10년 전 기억을 재현하듯 다시 한 번 아픔을 안겼다.
1회말 삼성 공격 1사 1루.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SK 선발 윤희상의 바깥쪽 높은 코스의 포크볼을 이승엽이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포로 연결시킨 것. 직구가 아닌 변화구였다는 점,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이었다는 점까지 10년 전과 흡사한 장면이었다.
이승엽의 홈런으로 2-0의 리드를 잡은 삼성은 4회초 SK 이호준에게 적시타를 맞고 한 점을 추격당했지만 막강 불펜을 가동한 끝에 3-1 승리를 지켜냈다. 이승엽은 결승타가 된 선제 홈런을 포함해 2타수 1안타(홈런) 2볼넷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공격에서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조인성은 두 배로 속이 쓰렸을 터다.
이승엽의 활약으로 삼성은 1차전을 가져가며 우승을 향한 힘찬 첫 걸음을 내딛었다. 10년 전 홈런은 우승의 마지막을 장식한 한 방이라면 이날 홈런은 우승을 향한 첫 단추를 꿰는 한 방이었다. 반면 조인성은 이승엽이 재현해 준 10년 전 악몽을 떠올리며 1차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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