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2년 만에 출전한 포스트시즌. 조동화(SK)는 팀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정상에서 만나자는 동생 조동찬(삼성)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여기에 절실한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지난 달 얻은 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조동화의 지난해 가을은 쓸쓸했다. SK 동료들의 모자에 조동화의 등번호인 10번이 적혀 있었다. 조동화는 포스트시즌 직전 당한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고 재활에 대달려야 했다. 경기는 TV로 봤다. SK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의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으나 삼성을 넘지 못하고 우승을 놓쳤다. 이를 TV로 지켜보면서 조동화는 '내가 뛰었다면…'하는 아쉬운 생각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재활은 만족스러웠다. 수술 없이 재활만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었다. 시즌 후반까지 뛰지는 못했지만 9월 드디어 1군에 합류한 조동화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는 9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동생 조동찬의 응원메시지도 있었다. '스타팅?'이라는 동생의 문자메시지에 조동화는 '9번 라이트'라고 답했다. 돌아온 대답은 '잘해ㅋㅋ'였다. 조동화는 동생과의 장난스러운 대화로 경기 전 긴장을 풀었다.
이날 조동화는 두 번 타석에 들어서 1볼넷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아쉬울 틈이 없었다. 조동화는 다음 경기를 위해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아른거리는 딸의 얼굴을 생각하면 휴식시간도 아까웠다.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조동찬이 소개해준 작명소에서 '예원'이라는 딸 이름을 받은 뒤 "꼭 딸의 이름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아이가 잘 자란다는 설명이었다. 작명소에서는 "야구선수니 인터뷰를 할 때마다 딸의 이름을 말하라"고 조언했다.
모자에 딸의 이름을 적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부상 당한 동료선수 등번호를 적는 관행이 있어 꺼림칙했다. 고민 끝 결론은 하나였다. 야구선수 아빠가 딸의 이름을 알리는 방법은, 야구를 잘하는 것뿐이다.
조동화는 "좋은 활약으로 꼭 인터뷰에서 딸 이름을 말하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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