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롯데 손아섭은 "올 시즌 단 한 번도 내가 원하는 타격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손아섭은 올 시즌 132경기에 나서 503타수 158안타 58타점 10도루 타율 3할1푼4리의 호성적을 올렸다. 데뷔 후 최다 경기에 출전해 최다 안타 타이틀을 획득했고, 2010년부터 3년 연속 3할 타율에도 성공했다.
손아섭은 "최다 안타를 기록했다. 그래서인지 이같은 걱정에 '배부른 소리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베스트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손아섭은 "2할대 타자와 3할대 타자의 차이는 타격감이 안 좋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좋을 때는 누구나 잘 한다. 최악의 시즌임에도 좋은 결과를 얻은 비결은 정신적인 성숙 덕분"이라고 전했다.
"시즌 초반에 안되다 보니 이것저것 시도를 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내 타격폼도 잃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도 '무조건 쳐내야겠다'는 순간 집중력 덕분에 꾸준히 안타를 쳤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리그 최다 안타를 때릴 정도의 놀라운 집중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손아섭은 "경기 전 조용히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고 했다.
손아섭은 경기 전 시끌벅적한 덕아웃을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20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불공을 외우기도 하고, 상대 투수와의 맞대결을 상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성격이 다혈질이다.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쉽게 흥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명상 후 급했던 성격이 많이 누그러졌다. 안 좋은 일도 빨리 잊히더라."
명상을 시작한 9월 초부터 성적도 눈에 띄게 올랐다. 8월 2할6푼9리(78타수 21안타)였던 월간 타율이 9월 3할4푼1리(88타수 30안타)로 상승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손아섭은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5로 역전에 성공한 연장 10회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고, 당황한 상대 수비진 실책으로 한꺼번에 2점을 얻었다. 결과는 롯데의 8-5 승리.
마지막 4차전에서도 3-3으로 맞선 연장 10회 박준서의 안타로 만든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대 성공시켰다. 손아섭의 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에서 두산 마무리투수 프록터의 폭투가 나왔고, 이어 포수 악송구까지 겹쳐 롯데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욕심보다는 팀플레이가 우선이라는 생각. 달라진 손아섭의 모습이다. 이전보다 공을 오래 보는 침착함도 생겼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서 두산에 3승 1패를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손아섭은 "작년에는 나 때문에 한국시리즈에 못 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올해는 내 활약 덕분에 롯데가 올라갈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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