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신인 여배우들의 화려한 데뷔의 장이기도 했다. 레드카펫에서부터 영화 공식 기자회견까지, 신선한 얼굴의 여배우들은 화제의 초청작들에서 파격적인, 혹은 노련한 연기를 펼쳐 주목받았다.
이번 영화제 갈라 프리젠테이션 부문에는 성을 소재로 한국 중견 감독들의 신작들이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손톱' '올가미' '실종' 등 한국형 스릴러를 연출해 온 김성홍 감독은 '닥터'로, 박철수 감독은 'B.E.D'로 부산을 찾았다. 전수일 감독은 '콘돌은 날아간다'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이 중 '닥터'와 '콘돌은 날아간다'는 각각 배소은과 배정화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배소은은 '닥터'에서 성형외과 의사 역을 맡은 김창완과 호흡을 맞췄다. 중년의 남편과 결혼한 젊은 여성 순정 역을 맡은 배소은은 극의 초반부터 배우 서건우와 격렬한 러브신을 연기했다. 영화 속 이들의 정사는 단지 눈요기거리가 아닌, 사건의 발단이 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남자 주인공의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발현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영화 공개에 앞서 배소은은 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가슴과 복부를 아찔하게 가린 금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등극하기도 했다. 배소은은 당시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노출 드레스에 대한 꼬리표를 떼어낼 자신이 있다"며 남다른 연기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전수일 감독의 신작 '콘돌은 날아간다'에서는 신예 배정화의 등장이 시선을 모았다. 배정화는 남자 주인공인 사제를 연기한 중견 배우 조재현과 베드신을 펼쳤다. 첫 영화에서 전라의 노출을 불사한 이 신예는 약 9분 간 롱테이크로 촬영된 정사신에서 신인답지 않은 묘한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배정화는 지난 9일 열린 '콘돌은 날아간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사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이미 (해당 장면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출에 대한 부담이 크게 없었다"며 "수위 역시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감독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 거라고 알고 있었고, 인물로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다"고 말해 당찬 면모를 드러냈다.
이어 배정화는 "작품에 필요한 만큼 노출을 하는 것이지, '여긴 되고 여긴 안 된다'는 생각도 없었다"며 "겁은 많이 났지만 부담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감독으로 영화제를 찾은 유지태의 첫 장편 연출작 '마이 라띠마'에서는 태국 여성 마이 라띠마로 분한 신인 박지수의 활약이 빛났다. 녹록지 않았을 외국 여성 연기를 실감나게 소화한 그의 연기력에 호평이 쏟아진 것도 당연한 일. 그는 배수빈과 호흡을 맞춰 사회의 사각지대에 처한 이주민 여성을 연기했다.
흰 피부를 지닌 박지수는 태국 여성의 외모를 표현하기 위해 수차례 태닝을 하는 노력을 감수했다. 완벽한 대사 처리를 위해 태국인으로부터 언어 교습을 받기도 했다.
'마이 라띠마'는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남자 수영(배수빈 분)과 돌아갈 곳도 머무를 곳도 없이 세상에 고립된 여자 마이 라띠마(박지수 분)가 절망의 끝에서 만나 희망과 배신의 변주곡을 그리는 이야기다. 오는 2013년 1월 개봉 예정이다.
한편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4일 개막해 13일 폐막한다. 폐막식은 배우 이제훈과 방은진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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