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1990년대 복고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리에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97'이 지난 18일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섬세한 디테일, 향수를 자극하는 OST 등으로 연일 화제를 모았다. '응답하라 1997'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때로 설레게, 때로 아련하게 만들었던 명장면, 명대사들의 향연이었다.

◆"만나지 마까", '윤제앓이'의 시발점
'응답하라 1997'은 방영 첫주부터 시청자들의 남다른 관심을 모으며 인기에 시동을 걸었다. 아직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이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소꿉친구 시원(정은지 분)을 짝사랑해 온 윤제(서인국 분)의 묘한 고백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잘 생긴 얼굴에 뛰어난 성적까지 자랑하는 윤제는 시원의 단짝친구 유정(신소율 분)으로부터 사랑을 고백받는다. 윤제는 일편단심 시원만을 바라보지만 정작 시원은 그런 윤제의 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상태. 이에 윤제는 시원에게 유정으로부터 고백을 받은 상황을 알리며 자신을 바라봐 줄 것을 우회적으로 애원한다. "만나지 마까"라는 대사 한 마디는 그간 윤제의 고민과 시원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모두 담은 명대사였다.

◆'수돗가 키스'에서 출발…끝은 과감했다
주인공 시원과 윤제의 키스신 역시 시청자들의 시선을 꽉 붙들었다. 극의 초반, 학교 수돗가에서 만난 시원에게 성큼 성큼 다가가 입을 맞춘 윤제의 모습은 방영 후 화제를 모으며 명장면으로 등극했다.
최종화, 토니안을 힌트삼아 시원의 집 비밀번호를 알아낸 윤제는 느닷없이 집에 들이닥쳐 시원을 놀래킨다. "커피 한 잔 만 마시고 가겠다"에서 시작된 윤제의 바람은 "키스 한 번만"으로 당돌하게 발전했다.
결국 시원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윤제는 깜찍한 시원의 '뽀뽀'에 "가스나, 지금 장난하냐"며 시원을 부엌으로 밀어부쳤다. 거침없는 윤제의 행동과 눈빛이 '남자 서인국'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킨 장면이었다.
프러포즈를 한 윤제가 시원을 밀어 눕히고 선보인 '쇼파 키스' 장면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근대게 만들 만 했다. OST로 삽입된 임창정의 '결혼해줘'는 극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꼭 어울렸다.

◆서로 마음 확인한 윤제와 시원의 '계단키스'
성인이 된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뒤늦게 확인하며 선보인 '계단 키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태웅(송종호 분)이 입원한 병원의 계단에서, 시원은 윤제를 향해 아직도 자신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대답이 없으면 뽀뽀를 하겠다"는 시원의 말에, 윤제는 감기에 걸린 시원에게 거침없이 입을 맞추며 마음을 표현했다. 이 장면은 '계단 키스' 혹은 '감기 키스'로 불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내가 니 좋아하잖아…친구? 지랄하네" 윤제의 고백
윤제의 '노래방 고백신'은 그가 최초로 시원을 향해 직구를 날린 명장면이다. 수능 시험을 마치고 시원에게 마음을 고백할 작정이었던 윤제는 시원을 좋아한다는 형 태웅의 한발 앞선 고백에 좌절한다. 시원의 생일을 맞아 찾은 노래방에서, 윤제는 드디어 속내를 밝히지만 돌아온 것은 "다시 예전처럼 편한 친구로 지내면 안되나?"라는 시원의 완곡한 거절이었다.
이에 윤제는 "사내 새끼가 짝사랑하는 가시나한테 구질구질하게 가슴에 있는 걸 다 털어놨다는 건 다시는 안볼 생각인거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생일 선물로 준비한 반지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윤제는 "니가 버려라. 친구? 지랄하네"라는 대사로 속상함을 드러냈다. 시청자들 역시 숨을 죽이며 몰입한 장면이었다.

◆'공익' 방성재와 할머니의 에피소드
'응답하라 1997'에서 방성재 역을 맡은 배우 이시언은 드라마를 빛낸 숨은 공신 중 하나다. 코믹 코드를 누구보다 능청스럽게 소화한 그는 밉지 않은 수다쟁이 방성재로 완벽히 분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성인이 된 성재는 시골 동사무소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다. 주민들의 민원을 이것저것 해결하던 그는 전등을 갈아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을 두어 차례 거절하다 결국 함께 버스를 타고 할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종점에서 내려 산골짜기 할머니의 집을 찾아가던 그는 자신 탓에 먼 길을 수차례 오갔을 노인에게 연민을 느낀다.
"내가 살아있는 게 자식들한테 큰 짐"이라는 할머니에게 성재는 "그게 무슨 소린데. 할매가 무슨 짐인데"라고 답한다. 할머니가 "니도 내가 지금 고생을 시키는 거 아이가"라고 반문하자, 성재는 다시 "고생은 무슨.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말한다. 한밤중에, 성재가 할머니를 등에 업고 산길을 걷는 이 장면은 성재 캐릭터에 매력을 더하며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父 암 판정에 오열 연기, 정은지의 재발견
늘상 티격태격 다투던 아버지(성동일 분)가 암 판정을 받자, 시원은 미안함과 서러움이 섞인 눈물을 쏟아낸다. 갖고 싶었던 청바지를 사주지 않던 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청바지가 상품으로 걸린 라디오 프로그램에 아버지를 소재로 거짓 사연을 보낸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흘린 '철듦'의 눈물이었다.
이 장면에서 정은지는 첫 연기 도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실감나는 오열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형이 미안하다"…윤제 울린 태웅의 반전
시원을 사이에 두고 정면 대결을 예고한 태웅과 윤제는 서로 죽고 못 살던 우애 좋은 형제 관계에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결국 태웅은 윤제의 선 자리에 자신이 대신 나가고, 시원과 윤제의 만남을 주선해주며 동생의 편에 선다. 시원 앞에 앉은 윤제는 "형이 미안하다"는 태웅의 문자 메시지를 보며 통곡한다.
이는 시원의 작은 할아버지가 고백한 생전 형과의 과거사와 병치되며 감동을 더했다. 마치 반목해 온 세상 모든 형들과 동생들을 치유할 수 있을 법한, 남다른 감동의 깊이를 자랑한 명장면이었다.

◆속 깊은 준희의 사랑 조언, 시청자도 감동
윤제를 좋아하면서도, 시원을 좋아하는 윤제의 마음을 누구보다 존중한 준희(호야 분)의 사랑은 '응답하라 1997'이 안긴 남다른 감동이었다. 성인이 돼 시원을 다시 만났지만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윤제를 향해, 준희는 "형 때문에 시원이 마음 안 받아주는 거야?"라며 "누구를 좋아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야. 가슴이 시키는 일이야"라며 윤제를 설득한다.
"네가 오래 전부터 시원이 좋아했는데 시원이가 몰라줘서? 그게 무슨 잘못이야? 모를 수도 있어. 살다보면 누가 나를 좋아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고. 너 아직도 시원이 많이 좋아하지? 그럼 그걸로 이미 게임 끝이야. 니가 아무리 고민하고 머릴 싸매도 답 없어. 이미 좋아하는데 무슨 선택을 해? 무슨 결정을 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형 핑계대지 말고 가슴이 시키는대로 해."
준희의 조언은 윤제가 시원에게 다가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른스럽고 사려깊은 준희는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누구보다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고, 결국 윤제를 행복으로 이끌었다.
한편 지난 7월24일 첫방송된 '응답하라 1997'은 1990대 대중 문화의 흥미로운 키워드 '팬덤'을 드라마의 소재로 삼아 방영 전부터 시선을 모았다. 서인국과 정은지, 이시언, 신소율 등 신인을 비롯해 대중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신선함을 살렸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