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김기태 감독의 의도가 통한 것일까. LG 트윈스가 '투수 대타' 논란을 딛고 두산 베어스를 꺾고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LG는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선발 주키치의 호투와 4회초 발휘한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LG는 최근 10경기에서 6승1무3패의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3위 추격을 노리던 두산은 2연패를 당하며 주춤거렸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12일 잠실 SK전에서 0-3으로 뒤지던 9회말 2사 2루에서 상대 벤치의 투수 교체에 불만을 품고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기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김 감독은 "상대가 우리를 얕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날의 1패가 앞으로 2승, 3승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 직전에는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 언급을 삼갔다. 더 이상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눈치였다. KBO로부터 500만원의 벌금과 함께 엄중 경고 제재까지 받은 상황. 앞서 말한 대로 경기 결과로 말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였다.
일단은 김 감독의 의도대로 LG는 승리를 챙겼다. 선수들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김 감독의 말이 허언이 되지 않게 만들었다. 후반기 들어 부진하던 주키치는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두산 타선을 완벽히 잠재웠고, 야수들은 공수에서 제 몫을 해냈다.
LG에 위기가 먼저 찾아왔다. 1회말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2루타를 허용한 것. 그러나 주키치는 후속 세 타자를 모조리 범타로 처리했다. 2회말에도 선두타자 최준석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으나 1사 후 양의지의 내야 뜬공을 2루수 서동욱이 재치있게 일부러 떨어뜨린 뒤 더블 플레이로 연결시켜 이닝을 끝냈다.
공격에서는 4회초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선두타자 이진영이 개인 통산 250번째 2루타를 터뜨리며 포문을 열었다. 정성훈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LG는 이병규의 우전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이어간 뒤 김용의의 투수 땅볼 때 한 점을 보태 2-0으로 앞서나갔다.
LG 마운드는 선발 주키치를 비롯해 불펜진까지 철벽 계투를 펼치며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주키치가 7회말 원아웃까지 잡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우규민, 이상열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9회말에는 '마무리' 봉중근이 등판해 경기를 매조지하며 시즌 21세이브째를 챙겼다.
무엇보다 주키치의 호투가 돋보였다. 주키치는 6.1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7월27일 SK전 이후 8번째 등판만에 승리를 추가한 주키치는 시즌 11승(7패)을 기록했다.
김기태 감독은 12일 SK전에서 경기를 포기했다는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다. 김 감독으로선 자신의 말대로 선수단을 독려해 보다 많은 승리를 거두는 것만이 팬심을 달래는 길이다. 이제 그 길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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