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김기태 LG 감독과 이만수 SK 감독이 충돌(?)했다. 양 팀간 시즌 17차전이 예정됐던 13일 잠실구장 분위기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만큼 쌀쌀했다.
'투수 대타' 사건에 대한 두 감독의 반응이 상반됐다. 이만수 SK 감독의 투수 운용에 문제를 제기한 김기태 LG 감독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반면 이 감독은 농담을 섞어 얘기할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LG 김 감독은 13일 오후 감독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날 경기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속내를 털어놨다. 12일 잠실 LG-SK전. 9회 SK의 투수 교체가 논란의 시작이었다. SK는 3-0으로 앞선 9회말 1사 후 투수를 박희수에서 이재영으로 교체했고, 이재영은 2사를 만든 뒤 2루타를 내주고 다시 정우람으로 바뀌었다. 이에 LG 김기태 감독은 2사 2루 박용택 타석에서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는 파격 기용을 했다. 상대 팀에 대한 항의의 뜻을 이런 식으로 표출한 것이다. 신동훈은 정우람의 공 4개를 멀뚱히 바라보며 삼진을 당하고 돌아섰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기분이 안 좋았다. 팬들과 가족들이 다 보는 경기였다.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려놓고 다시 확실하게 죽이는 것? 나는 그렇게 느꼈다"며 언짢아했다. 8회부터 던진 박희수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총 11구만 던지고 내려간 뒤 상대적으로 성적이 처지는 이재영이 등판했다. 이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이재영이 2루타를 맞고 세이브 요건이 갖춰지자 마무리 정우람을 올렸다. 김 감독은 이런 투수 교체가 0-3으로 뒤지고 있던 LG를 농락한 것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김 감독은 "신동훈에게는 미안하다. 상대 벤치에 일침을 가하는 것은 이 방법밖에 없었다. 만약 박용택을 냈다가 죽었다면? 왜 박용택이 저 팀 세이브 챙기는 데 올라가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파장은 예상했다. 그러나 오늘보다 내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내 판단에 따른 비판은 감수하겠다"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함께 프로선수 생활을 했고, 각자 한국 프로야구팀의 감독이 되어 그라운드에서 만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일과 관련 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글쎄, 지금 가서 '죄송합니다'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 말 할 거였으면 (시작을) 안 했어야지"라며 여전히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올 시즌에도 4강 진입에 실패한 팀 상황, 상대의 어떤 플레이에도 별다른 자극을 받지 않는 듯한 선수들의 안일한 마음. 이런 팀 분위기에 뭔가 충격적인 요법이 필요했던 김 감독이 던진 강수라고 볼 수 있다.
반대편 SK 덕아웃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만수 감독은 침착하게 당시 상황 설명을 이어갔다. "3점은 한 방이면 끝나는 점수다. 감독으로서의 최선이었다. 투수 교체를 두고 기만했다?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 이 감독은 박희수의 몸 상태를 전하며 투수교체 시기의 정당성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후배 감독의 '도발'에도 분위기를 풀려고 애썼다. "앞으로 LG와의 경기에서도 의식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 감독은 "나는 내 스타일대로 간다. 앞으로도 똑같이 인사하겠다. 김기태 감독은 LG를 잘 이끈 훌륭한 감독이다. 후배를 나쁘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내가 나이만 많지, 똑같은 '초짜' 감독이다. 서로 야구관이 다른 것뿐이다"라면서 논락의 불길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LG와 SK 두 팀은 앞으로 남은 시즌 3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13일 경기가 우천취소되며 연기돼 잠실경기가 한 번 남았고, 오는 24일과 25일 문학에서 두 차례 더 맞붙는다. 혹시 양 팀 대결에서 선수들 사이에 과열 양상을 나타내지는 않을까.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절대 잊어버리지 말라고 했다"고 했고, 이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서 잘한다. 모두 친구, 선후배다"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투수 대타' 사건과 벤치의 감정 충돌. 앞으로 남은 세 경기에서 양 팀은 더욱 치열한 승부를 벌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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