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으로 무려 12년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일부러 드라마를 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지만 '신사의 품격'처럼 마음을 빼앗은 드라마는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12년만에 장동건을 브라운관에 복귀시킨 '신사의 품격'은 장동건에게 로맨스와 코미디라는 색을 덧입혀 더욱 아름다운 남자로 만들었다. 차갑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남자, 밀고 당기기, 일명 '밀당'에 강한 남자 김도진으로 완벽히 변신했던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이 끝난 지금,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지금도 언제든지 좋은 작품 있으면 드라마, 영화 굳이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어요.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마지막이지 않을까요(웃음). '신사의 품격'은 기획의도도 좀 특이했고, 제가 또 로맨틱 코미디를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 싶어요. 그만큼 애착을 가지고 연기했고요."
네 남자, 네 여자의 뜨거운 우정, 그리고 불같은 사랑을 그린 '신사의 품격'은 장동건에게 필모그래피 외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일단 촬영하는 것 자체가 정말 즐거웠어요. 그리고 작품을 통해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는 게 좋죠. 어렸을 때 친구들 외에는 나이 40이 넘어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은 굉장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40이 넘으면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일적으로 만나게 되거나 이해관계가 있거나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신사의 품격'을 통해 만난 친구들은 마치 어렸을 때부터 만난 것처럼 편하고 좋아요. 또 '신사의 품격'을 통해 부담감이나 어깨의 짐을 좀 덜어낸 것 같아서 홀가분해요.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제 인생의 마지막 로맨틱 코미디일 수도 있으니까."
귀엽게 토라지기도 하고,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지만 때로는 눈물 쏙 빼도록 차갑게 돌아서기도 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프로포즈 하기도 하고, 결국 감동까지 주는 남자 김도진을 보고 있자니 '인간 장동건'이 더욱 궁금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장동건', '고소영의 남자 장동건', 이런 수식어 말고 우리가 모르는 인간 장동건이 알고 싶어졌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장동건과 김도진이 많이 달라요. 친구들끼리 있을 때의 장난끼나 그런 편한 모습들은 저한테도 있죠. 하지만 여자한테 대하는 것들은 장동건은 모르던 감정들이 많았어요. 닭살스러운 애정 행각 이런 것들은 실제로 절대 못하는 것들이고, 저한테는 없는 모습이에요. '신사의 품격'을 찍으면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의 모습, 자기 남자에게 바라는 점들을 뒤늦게 배웠어요. 이제 실천해야죠(웃음)."
데뷔 20년차인 장동건은 데뷔 후 줄곧 대한민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얼굴로 살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기에 진짜 장동건을 알 수 있는 방법도, 장동건이 편안한 본연의 모습을 보일 방법도 없었다. 그랬던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어깨의 짐을 조금 내려놓고 편안하지만, 그래서 더 멋진 배우로 거듭났다.
"'신사의 품격'을 선택했을 때 저에 대한 무게감이나 이런 것들을 제 자신이 부담스러워 하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가볍고 즐거운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데 그런 작품들이 많이 오지 않기도 했었고, 인연이 닿지 않았었는데 그러던 차에 '신사의 품격'을 만나게 된 거죠. 내 자신이 즐겁게 즐거운 것들을 했으면 좋겠고, 보는 사람들도 제가 하는 것들을 보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12년만의 드라마 복귀라는 것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다뤄지니까 시작하고 나서는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편안하고 앞으로 제가 더 새로운 걸 하더라도 대중분들이 좀 더 쉽게 받아들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애초에 제가 '신사의 품격'을 선택한 목적은 전부 이룬 것 같네요."
장동건은 무슨 말을 해도 멋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 본 장동건은 무슨 말을 해도 진짜 멋있었다. 잘 생긴데다 성격 좋고, 말까지 잘 하는 이 남자. 흔히 요즘 인터넷에서 말하는 '사기 캐릭터'다. 도저히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이 남자 장동건을 우리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만나고 있다. 20년을 배우로 살아왔고, 앞으로 수십년을 더 배우로 살아갈 장동건, 이 남자가 보여줄 또다른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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