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김광현이 무너지자 SK도 힘을 잃었다.
김광현은 27일 문학 LG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92구를 던져 5피안타 3볼넷 2탈삼진 4실점(2자책)을 기록하고 2패(4승)를 당했다. SK는 김광현이 1회 흔들리며 4실점한 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1-6으로 패했다.
어깨 통증으로 지난 8일 로스터서 말소된 김광현은 재활 끝에 이날 복귀전을 치렀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경기에 나선 것은 1일 문학 LG전 이후 26일 만이다.
경기 전 SK 이만수 감독은 김광현의 등판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팀에 합류한 뒤 한 달여 만에 다시 이탈한 에이스의 두 번째 복귀였기에 더욱 그랬다. 이 감독은 "투구 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팀의 에이스인) 김광현이 올라오면 야수들이 더 분발한다"면서 은근히 기대감을 드러냈다. 외국인 투수 마리오가 무릎 통증으로 빠져 있어 김광현의 성공적인 복귀가 더욱 절실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김광현의 구위 저하뿐 아니라 야수들의 실책까지 겹치면서 팀 분위기가 점점 가라앉았다.
김광현은 1회부터 고전했다. 첫 타자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다음 타자 김태완의 2루수 앞으로 날아간 타구가 베이스에 맞고 튀어 올라 내야안타로 둔갑했다. 베이스에 맞지 않았다면 더블 플레이도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주자는 무사 1, 2루가 됐다.
다음 최동수 타석에서는 보크까지 선언돼 주자가 한 베이스씩 이동했고, 최동수마저 볼넷으로 걸어나가 무사 만루를 채웠다. 박용택이 친 3루수 앞 땅볼 때는 최정의 송구가 홈 쇄도하던 오지환의 팔에 맞고 덕아웃으로 들어가 2점을 내주고 말았다. 김광현이나 SK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운이 따르지 않는 상황이었다. 계속된 무사 2, 3루서 정의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점수는 0-3이 됐다.
이어진 1사 2루서 이병규(9번)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쪽 슬라이더를 밀어쳐 좌전안타를 날렸다. 1사 1, 3루가 되자 성준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김광현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 다음에는 윤요섭의 타구가 최정의 글러브를 맞고 잠시 튀긴 사이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평소 견실한 수비를 자랑하던 최정이라면 병살을 노려볼 수 있는 타구였으나 한 번에 잡지 못하고 2루에서 포스아웃만 시켜 4실점째.
김광현은 1회에만 41구를 던지면서 힘을 뺐다. 야수들의 실책이 겹치고 운도 따르지 않았지만, 9명의 타자 중 4명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일 정도로 김광현의 흔들린 제구가 가장 큰 문제였다.
2회 들어 첫 타자 오지환을 삼진 처리하며 경기 첫 삼진을 기록한 김광현은 다음 타자 김태완마저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으로 잡아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김광현은 최동수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박용택을 뜬공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김광현은 3회 1사 후 이병규에게 던진 몸쪽 낮은 슬라이더가 우측 담장 앞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로 연결되며 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어진 2사 2루서 서동욱의 타구를 2루수 정근우가 잡아 1루로 던졌으나 박진만이 공을 떨어뜨려 주자가 세이프됐다. 공식 기록은 2루수 실책. 43일 만에 1군에 올라와 생소한 포지션인 1루수를 맡은 박진만의 매끄럽지 않은 플레이였다. 다행히 김광현은 2사 1, 3루서 최영진을 3루 땅볼로 잡고 실점을 막았다.
김광현은 4회와 5회는 연속 삼자범퇴로 잘 막고 6회부터 마운드를 최영필에게 넘겼다. 초반 흔들렸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그러나 1회 4실점은 현재 SK 타선으로 만회하기 버거운 점수였다. 성과와 숙제가 동시에 남은 김광현의 복귀전이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최영필이 1.1이닝 1실점 했고, 다음 투수 이재영이 대타 이진영에게 홈런을 내주면서 추가 1실점했다.
이날 SK는 1-6으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김광현이 제 몫을 해줬다면'이라는 가정이 여전히 아쉽다. 필승조인 박희수와 정우람은 후반기 첫 승리를 거둔 24일 대구 삼성전 이후 등판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은 "김광현이 1회에는 흔들렸지만 2회부터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 등판 때는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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