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SK 와이번스가 절묘한 스퀴즈번트로 철벽 마무리 오승환(삼성)을 무너뜨렸다. SK는 24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초 임훈의 허를 찌르는 스퀴즈번트로 결승점을 뽑아 7-6으로 승리했다.
SK 7명, 삼성 7명. 모두 14명의 투수가 마운드를 밟는 혈전이었다. 도망가면 쫓아가고 뒤집으면 추격하는 접전의 최종 승자는 SK였다.
6-6으로 연장에 돌입해 승부를 알 수 없던 10회초. SK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선두 이호준이 삼성 6번째 투수 정현욱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것. 3회초 스리런홈런을 쳐냈던 박정권은 착실한 희생번트로 주자를 진루시켰다. 1사 2루서 김강민 타석이 되자 삼성은 오승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실점을 무조건 막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김강민은 오승환으로부터 3-유간을 총알처럼 꿰뚫는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2루에 나가 있던 대주자 최정민이 홈을 밟기엔 타구가 짧았다.
계속된 1사 1,3루서 좌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임훈. 누구나 정면승부를 예상한 순간, 이만수 SK 감독은 예상하기 힘든 작전을 단행했다. 원볼 원스트라이크서 3구째에 스퀴즈 번트를 지시했다. 임훈은 3루쪽으로 정확하게 번트를 댔고, 3루주자 최정민이 부리나케 홈으로 파고 들었다. 삼성 3루수 박석민은 재빨리 공을 잡아 홈으로 뿌렸으나 너무 서둘러 공은 포수 미트를 벗어나 백네트 쪽으로 빠졌다. 7-6 재역전.
리드를 잡은 SK는 10회말 마무리 정우람을 투입해 삼성의 마지막 공격을 무위로 돌리고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정우람은 2아웃을 손쉽게 잡은 뒤 몸 맞는 공과 도루로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2사 2루서 김상수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는 시종 물고물리는 접전 양상으로 이어졌다. SK가 3회 박정권의 3점홈런으로 앞서가자 삼성은 3회말 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안타 2개로 만든 1사 1,2루에서 박한이의 우측 2루타로 1점, 계속된 1사 만루에서 박석민의 2타점 좌전 적시타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삼성은 4회에는 1사 뒤 조동찬의 볼넷과 2루 도루에 이은 진갑용의 우전안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리드를 날린 SK는 5회초 재반격에 나섰다. 최정의 중전안타, 이호준의 좌측 2루타로 만든 무사 2,3루에서 박정권의 우전 적시타, 김강민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정상호의 중견수 옆 2루타로 3점을 추가했다. 스코어는 6-4.
삼성은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5회말 선두 정형식의 우월 솔로홈런으로 1점, 6회에는 SK 2번째 투수 이재영의 난조로 볼넷 3개를 얻어 1사만루를 만든 다음 김상수의 우전안타로 1점을 추가해 기어이 다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양팀 공격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였고, 경기는 9회 정규이닝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1승에 대한 남다른 집착을 보인 SK는 연장 10회 귀중한 1점을 얻어 올스타 휴식기 이후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승리했다.
이날 양팀 선발 투수들은 나란히 부진했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4이닝 동안 총 75개의 공을 던지며 10피안타(1피홈런) 2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SK 선발 송은범 역시 4이닝 5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일 통산 500홈런에 1개만을 남겨둔 삼성 이승엽은 이날 홈런 없이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삼성은 이날 패배로 전반기 막판 내달린 6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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