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이호준이 팀을 구했다. SK 이호준은 12일 문학 넥센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10-2 승리를 이끌었다. SK를 8연패에서 건져낸 귀중한 홈런이었다.
이호준은 "그동안 자존심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SK는 지난달 28일 대구 삼성전부터 11일 문학 넥센전까지 8경기를 내리 졌다. 선두를 지키던 팀 순위도 6위까지 곤두박질쳤다. SK의 6위는 2006년 10월 2일 이후 무려 2천109일 만이었다.
11일 경기를 앞두고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선수들은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는 '농군패션'을 하고 경기에 나섰다. 비장함마저 감돌았지만 이날도 2-7로 패하면서 8연패에 빠졌다.
이만수 감독은 12일 경기 전에는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수들도 대체로 말을 아꼈다. 입담 좋은 정근우가 "이제 -1인데 뭐. 그동안 벌어놓은 게 있다"며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정근우의 말처럼 선수들은 이날 연패 부담감을 버리고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한다. SK는 1회 선취점을 올렸고, 6회초 동점을 허용한 뒤 곧바로 6회말 6득점을 쓸어담으며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 6득점의 신호탄이 된 것이 이호준의 홈런포. 이호준은 2-2로 맞선 6회 넥센 선발 김병현을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날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호준은 이날 경기 후 "어제(11일) 너무 힘을 쏟아서 그런지 오늘은 다소 힘이 빠진 상태였다. 가볍게 밀어쳤는데 홈런이 됐다. 다른 선수들도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오히려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SK의 연패 탈출이 늦어진 이유는 승리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이호준은 고참으로서의 책임감을 언급했다. "(박)경완이 형이 예전과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을 하더라. 이러다가 팀 순위가 금방 떨어진다고 걱정을 했다. 상대 팀이 이제 SK를 승수 쌓는 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다시 (예전처럼) 돌려놓겠다. 고참들이 할 몫이다. 내가 고참일 때 팀을 그렇게 만들어놓을 수 없다." 이호준은 "다시 시작해야지"라며 비장한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그동안 왼쪽 어깨와 손목, 무릎 등이 좋지 않아 경기에 제대로 출장하지 못했던 이호준은 11일부터 이틀 동안 5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살린 모습이다.
이호준은 "컨디션이 떨어지는 시점에 감독님이 배려를 해주셔서 고맙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 미안했는데, 이제 축적한 체력으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새로운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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