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삼성 좌완 장원삼이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프로야구 모든 투수를 통틀어 처음이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둔 성과다. 최근 3년간 다승왕은 14∼17승 사이에서 나왔다. 2009년 로페즈(당시 KIA) 조정훈(롯데) 윤성환(삼성)이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2010년 김광현(SK)과 지난해 윤석민(KIA)은 각각 17승을 기록,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요즘 페이스라면 장원삼은 이 정도 성적은 어렵지 않게 달성할 전망이다. 프로 7년차의 관록과 특유의 완급조절능력이 한껏 물이 올랐다. 10일 대구 LG전에선 5이닝 5피안타 3볼넷 2실점으로 다소 불안했다. 그러나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승리를 일궈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발 투수의 몫을 해준다. 여기에 웬만해선 리드를 날리지 않는 철벽 불펜이 뒤에서 받쳐준다. 타선이 승리에 필요한 최소 점수만 뽑아줘도 승리투수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날 LG전에서도 장원삼은 승리의 최소 조건만 갖췄지만 특급 계투진의 활약 덕에 3-2, 1점차 승리로 10승을 품에 안았다.
1985년 김시진(25승, 현 넥센 감독)부터 가장 최근인 2009년 윤성환까지, 역대 삼성 투수 가운데 다승왕은 모두 5차례 배출됐다. 이 가운데 좌완은 딱 한 명이다. 1985년 김시진과 공동 다승왕에 오른 김일융이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출신 재일동포인 김일융은 그 해 한 수 앞선 기량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묵직한 구위와 정교한 컨트롤, 날카로운 변화구로 국내 타자들을 압도했다.
깔끔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를 갖춘 김일융은 '신사'라는 평가도 받았다. 야간 경기에 워낙 강해 '황금박쥐'란 별명으로 유명했다. 1986년까지 삼성에서 3시즌 동안 54승을 기록한 김일융은 이후 일본 다이요 웨일스(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전신)로 이적했다. 다이요 입단 첫 해인 1987년부터 2년 연속 두자릿 수 승리를 기록했다. 팀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한국 야구를 경험한 게 일본에서 다시 기량을 꽃피울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올해 장원삼이 다승왕에 오르면 27년 만에 김일융의 뒤를 잇게 된다. 화려한 삼성 야구의 역사에 굵은 한 획을 긋게 된다.
장원삼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을 계획이다. 그는 "올해는 운이 좋은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도 잘 풀리는 것 같다"며 "시즌 목표는 10승이었는데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개인 최다승(13승) 돌파를 목표로 하나씩 올라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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