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3명 다 내보내니 우리야 괜찮지."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은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13라운드'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상대의 출전 명단을 받아든 뒤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원은 이날 보스나-곽희주-곽광선 등 중앙 수비요원 모두를 투입했다.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오범석의 대체 요원으로 풀백 활용이 가능한 곽희주의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믿은 것이다.
또, 보스나와 곽광선의 스피드가 다소 떨어져 뒷공간 방어가 늦어질 수 있는 것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포진이었다. 지난 2003년 수원에 입단해 수없이 울산을 상대해본 곽희주의 경험도 믿었다. 수원 윤성효 감독은 "득점을 해야 이기는 것 아니겠느냐. (세 명이) 수비 말고도 공격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호곤 감독은 나름 수원을 분석한 듯 보였다. 그는 "보스나가 신장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진다. 이근호나 고슬기 등이 잘 공략할 것 같다. 그런데 (중앙수비) 3명이 다 나오니 우리야 잘 된 일 아니냐"라고 즐거워했다.
신장에 있어서도 울산은 수원에 밀리지 않았다. 보스나는 무려 192㎝나 된다. 곽광선(186㎝), 곽희주(184㎝)도 키가 상당해 세트피스에서 위력을 뽐낸다. 그러나 울산도 곽태휘(185㎝), 이재성(187㎝), 강민수(186㎝) 등 장신이 즐비하다.
김호곤 감독의 믿음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스피드가 좋은 이근호가 지난해 J리그에서 보스나와 두 번 겨뤄 모두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감바 오사카 소속이었던 이근호는 시미즈에서 활약하던 보스나를 상대하며 두 골을 터뜨려 팀의 1승1무 성적을 이끌었다.
뚜껑을 열자 울산이 좋은 흐름으로 출발했다. 전반 8분 이재성이 고창현의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 넣으며 1-0으로 앞서갔다. 친정을 상대하는 이재성은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대는 세리머니를 했다.
울산의 선제골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 감독이 지적한 보스나가 통렬한 프리킥 한 방으로 공격력을 보여줬다. 17분 미드필드 정면에서 시도한 묵직한 왼발 프리킥이 울산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골키퍼 김승규가 몸을 날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대 감독이 자신의 약점을 지적한 것을 시원한 슛으로 날려버렸다.
이후에도 보스나는 중거리 슈팅 거리의 프리킥이 주어지면 어김없이 키커로 나섰다. 그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쏟아졌다.
보스나가 버티는 수원 수비를 뚫기기 여의치않자 울산은 후반 20분 박승일, 28분 196㎝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교체 투입해 흔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보스나가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해결사를 자임했고, 그에 의해 수원의 결승골이 만들어졌다. 42분 보스나는 순식간에 미드필드에서 드리블해 아크 왼쪽까지 치고올라와 슈팅을 했고, 수비에 맞고 굴절된 볼이 문전 쇄도한 에벨톤C에게 흘러가 골로 연결됐다. 김 감독의 약점 지적을 공격력으로 보여준 보스나의 화끈한 복수였다.
수원은 보스나의 맹활약 속에 2-1로 역전승하며 1위 자리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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