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지. 욕심 접은 지 오래야."
부상 선수와 저조한 팀 성적, 부진한 불펜이 선동열 KIA 감독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믿고 맡길 투수가 없을 정도로 열악한 불펜 사정이 심각하다. 선 감독은 "마운드에 서면 얼굴색부터가 달라진다. 캠프 때부터 같은 이야기를 백 번씩 하고 있어 입이 아플 지경이다"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선 감독은 24일 광주 한화전에 투수 9명을 투입했다. 연장까지 길게 간 승부도 아니었다. 선발 윤석민이 5이닝을 책임졌고, 남은 4이닝을 8명의 투수가 나눠 던졌다. 윤석민이 5이닝 동안 5실점을, 나머지 8명의 투수가 4이닝 11실점을 했다.
윤석민에 이어 박지훈(0.1이닝 2실점)-진해수(0.2이닝 1실점)-손영민(1.1이닝 1실점)-심동섭(0.1이닝 1실점)-김희걸(0.1이닝 무실점)-박경태(0.1이닝 5실점)-임준혁(0.1이닝 1실점)-유동훈(0.1이닝 무실점)이 연달아 나왔다. 선발 요원인 서재응, 김진우, 앤서니를 제외하고 등록 투수가 모두 출격했다. 그러나 결과는 8-16 대패.
"불펜과 마운드에서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 선 감독의 지적이다. 불펜 피칭 때는 도저히 칠 수 없을 구위의 공을 자신 있게 뿌리면서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타자와의 승부서 진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근성과 투지가 없다"면서 팀 투수들의 나약한 면모를 꼬집었다.
"불펜과 마운드에서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 마음이 약하다는 이야기다. 겁없이 '쳐봐라'하는 투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한화전 9회초 마운드에 오른 박경태는 첫 타자 김경언에게 2루타를 내준 뒤 최승환을 뜬공으로 잘 잡고도 볼넷에 이은 안타로 만루를 허용했다. 이어 이양기에게 싹쓸이 적시타를 맞았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국보급 투수로 불리던 선 감독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그는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 생각을 접은 지는 오래됐다. '내가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봐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다만, 운동선수로서 가져야 할 희생정신이 없어졌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아쉽다. 그렇다 보니 불펜과 마운드에서의 투구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개탄하곤 했다.
24일 현재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5.60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82로 그나마 중하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구원진은 6.86으로 최하위다. 선 감독은 "내년까지는 (마운드 때문에) 고생해야 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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