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KBS 2TV '적도의 남자'가 감각적인 영상미와 시청자들을 흡입하는 빠른 전개로 소재의 진부함을 넘어섰다. 특히 엄태웅과 이준혁의 아역으로 각각 분한 이현우와 임시완은 강렬한 남성미를 발산하며 새로운 '앓이'의 시작을 알렸다.
21일 '적도의 남자'(극본 김인영, 연출 김용수 한상우)는 첫회부터 절친한 친구에서 철천지 원수로 갈라선 두 남자의 15년 전 과거 이야기를 쫓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시골수재 이장일(임시완 분)과 부산 최강 주먹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김선우(이현우 분)가 우정을 쌓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장일은 선우에게 공부를, 선우는 장일에게 싸움의 기술을 알려주며 '물과 기름'같던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융합이 됐다.
하지만 주변 환경은 두 사람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극 말미 선우는 산 속에서 목매어 죽어있는 아버지 경필을 발견했다. 특히 경필을 죽인 살인범이 선우의 친아버지 진노식(김영철)이라는 점과, 진노식의 살해 현장을 우연히 지켜본 유일한 증인이 장일의 아버지 이용배(이원종)이라는 점 등은 두 사람 앞에 놓인 운명의 소용돌이를 예감케 했다.
특히 첫회를 이끈 아역배우들의 열연은 빛났다. '선덕여왕'에 이어 또한번 엄태웅의 아역을 맡은 이현우는 간암 말기를 앞둔 아버지 경필의 친구같은 아들이자 장일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 선우 역을 무난히 소화했다. 특히 현우는 '엄포스'의 아역답게 박진감 넘치는 격투신과 추격신에서 반항기 넘치는 싸움꾼의 눈빛을 제대로 표현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마성의 남자'로 등극한 임시완 역시 책벌레 모범생 장일 역을 통해 연기돌의 가능성을 재차 확인시켰다. 임시완은 극중 전교 1등을 다투는 수재에 모범생이지만 우연히 찾아온 사랑(박세영 분) 앞에서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점쟁이의 딸이라는 사실에 순간 마음을 접어버리는 냉정한 면모까지 발산하는 등 3색 매력을 선보였다.
'태양의 여자'(2008년) 이후 4년만에 KBS에 돌아온 김인영 작가는 섬세한 필력과 흡입력있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특히 야망을 이루기 위해 친구를 버린 장일과 복수를 위해 성공을 꿈꾸는 선우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김용수 PD는 그림같은 영상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극 말미 선우와 장일이 옥상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한폭의 그림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붉게 노을 진 하늘 아래 서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은 다소 생경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수미가 장일의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은 첫사랑의 설렘을 물씬 담아냈다. 느린 화면으로 처리된 이 장면은 시청자들의 가슴 속 감정을 촉촉히 건드렸다.
그는 이미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감각적이고 독특한 연출,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영상미를 통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도 배우 이원종은 김용수 PD를 가리켜 "드라마 연출자 중 감독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 극찬한 바 있다. 과연 첫 방송된 '적도의 남자'는 그가 왜 드라마 연출자가 아닌 '아티스트'로 불리는 지 제대로 보여줬다.
방송 후 드라마게시판에는 '오늘 하루가 일년같이 길게 느껴질 것 같다' '다음회가 기대되고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 '휴머니즘 자체로도 매력적'이라며 호평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적도의 남자'는 시청률 7.7%(AGB닐슨)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3위를 기록했다. MBC '더킹 투하츠'는 시청률 16.2%로 1위에 올랐고, SBS '옥탑방 왕세자'는 9.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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