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했던 것보다는 결과가 좋게 나왔을 뿐입니다. 아직 갈 길 멀어요."
서건창(23, 넥센)은 미국 애리조나-일본 가고시마로 이어진 긴 전지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뿜었다. 무엇보다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광주일고 졸업 후 2008년 LG에 신고 선수로 입단, 잠시 정식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서건창이지만 이듬해 방출 통보를 받아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이유는 어깨부상 때문이었다. 아프다는 사실을 숨긴 채 지내다 결국 야구 인생을 접어야 하는 처지를 맞았던 것.
LG 유니폼을 벗자마자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그는 곧장 군 입대를 결정해다. 22개월의 군 생활을 하면서 그는 나름대로 개인연습으로 몸을 만들었고 제대 후 지난해 9월 넥센 신고 선수 테스트에 참가,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이후 일본 마무리 캠프를 다녀온 뒤 곧장 연습생에서 정식선수로 등록되는 초고속 승진(?)을 맛봤고, 미국-일본을 돌며 진행된 스프링 캠프 일정까지 모두 소화하고 돌아왔다.
"밖에 있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조금은 야구를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마음의 여유도 찾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절실함이 크니깐요. 모든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서건창이 방출의 아픔을 딛고 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렸던 결정적인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족 생계를 홀로 꾸리며 여동생과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 때문이었다.
"군 생활 내내 장차 뭘 해 먹고 살아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야구 이외에 제가 뾰족히 잘 할 수 있는 일이 없더군요.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아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신 어머니도 늘 제가 안타까우셨나봐요. 다시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시고… 어머니의 힘이 컸죠."
178cm 78kg 우투좌타 내야수인 서건창은 광주일고 시절 이미 기본기와 공수주가 갖춰진 유망주로 꼽혔다. 프로 상위지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터라 고3 당시 미지명의 실망과 신고 선수 입단 후 방출의 아픔은 견디기 버거운 현실이었다. 그러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에 성공, 그의 최종목표인 '효도'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바쁘신 중에도 (광주)일고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늘 스탠드에서 제 이름을 외치며 응원해 주셨죠. 오시지 못하는 날엔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고 하네요. 다시 야구를 하는 이유, 물론 제 자신을 위해서가 첫 번째지만 저로 인해 기뻐하시고 웃으실 어머니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롯데, 두산과의 총 5차례 연습경기에서 서건창은 김민성과 교대로 2루수로 선발출장, 큰 실수 없이 무난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타격에서는 14타수 5안타 2타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1, 2번 타순에 기용되는 등 김시진 감독의 시즌 구상에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김)민성이 형이 저보다 경험 면에서는 앞서잖아요. 당장 개막전 엔트리에 들겠다, 주전 2루수가 되겠다, 그런 것보단 빠른 시일 내 1군 진입을 목표로 잡고 있어요. 먼저 부상 당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서건창은 자신을 거둬준 넥센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언급하며 팀에 보탬이 되는 필요한 선수가 되겠노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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