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빵형' 박재홍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회장이 똑 부러지는 행보를 보이면서 새 이슈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협 쇄신을 위해 정면돌파를 선언하는 등 야무진 모습으로 선후배 동료들은 물론 야구팬들에게도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
박재홍 회장은 최근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 제11차 정기총회에서 급작스럽게 회장 후보에 오르더니 제7대 선수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박재홍 회장은 "등 떠밀려 나왔는데 박빙 속에 당선이 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혹스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회장에 오른 후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12월15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초상권 관련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권시형 전 사무총장의 해임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닷새 후인 20일에는 다시 한 번 이사회를 개최, 박충식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추대, 선출했다.
박 회장의 강직한 일처리는 이후 행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충식 직무대행 선임 후 몇몇 구단 선수들은 선출과정의 불합리함을 주장하면서 성명서까지 발표하는 등 반발했다. 이에 박 회장은 임시총회를 소집하면서 "신임집행부의 개혁작업을 방해하려는 집요하고도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선수들께서는 꼭 오셔서 선수협의 현 상황과 실상을 보라"고 담화문까지 발표하는 등 자칫 내분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상황을 오히려 더욱 공개적으로 확산시키면서 당당함을 어필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는 특별회계감사를 실시해 전임 사무처의 거액 횡령혐의를 포착,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원활치 않을 경우 관련 혐의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같은 야구계 인사로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임 집행부와 관련된 인물들도 모두 잘 알고 지내는 선후배 동료들이고, '야구'라는 테두리 안에서 평생을 함께 살아온 관계인 이상 가감없는 개혁의 칼을 뽑기는 쉽지 않다. 사실상 야구계의 치부나 다름없는 내용을 만천하에 공개하기는 망설여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회장 선출 후 단 한 번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곪은 부분을 모두 도려내겠다"고 선언하며 어느 자리에서 누구를 만나든 언제나 당당한 표정과 말투로 내용을 설명하고 향후 일정과 계획을 또박또박 밝혔다.
또 더욱 놀라운 대목은 그의 화법이 운동만 해온 사람 답지않게 상당히 세련되고 논리적이라는 점이다. 너무 심각해질 때면 "내 별명이 빵이다"라고 유머를 구사하면서 순간적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어법까지 구사했다.
당장 3일 임시총회 자리에서도 그의 스타일이 드러났다. 노조 설립 관련 얘기가 나오자 그는 "지금이 그럴 때가 아니다. 팬들에게 욕만 먹는다"며 "그것은 나중에 선수협의 정상화가 이루어졌을 때나 (추진)할 수 있다"고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임시총회는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이날 사무총장 선출이 미뤄지게 되면,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 일정 및 시범경기 일정상 선수협은 몇 달 동안 행정마비 상태가 된다. 박 회장은 이를 잘 인식하고 그 자리에서 무조건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총회를 주도했다.
박재홍 회장을 두고 주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소 친화력이 떨어지지만 회장직은 정말 잘할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즉, 무뚝뚝하고 정이 없어 보여 누구나 좋아하는 선배는 아니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그 누구보다 확실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제7대 박재홍 회장은 선수협이 하루 빨리 정상화돼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힘쓰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역인생 말미에 중책을 맡은 박재홍 회장이 한국 프로야구의 주역인 선수들을 위해 선수협 재도약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임기 동안 '진짜 회장님'다운 모습을 유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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