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음향·카메라 사고, 수준 낮은 무대 연출로 얼룩진 연말 가요 시상식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수들의 축제인 연말 가요시상식이 모두 끝이 났다. 2011년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 중동 등 전세계로 뻗어나간 K-POP 붐에 힘입어 방송 3사는 '한류', 'K팝 투 더 월드(K-POP to the World)' 등 거창한 이름을 걸고 연말 가요 시상식을 열었다. 그러나 정작 방송 3사의 가요 시상식은 전세계 팬들에게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에 그쳤다.
별다른 큰 사고는 없었지만 축제, 대제전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의 무대가 이어졌다. LED, 무대 장치 등이 더욱 화려해지는 등 양적으로는 더욱 발전했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한 무대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마이크가 켜지지 않는 등 가수들의 목소리는 안방극장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가수가 아닌 엉뚱한 곳을 비추는 등 카메라 사고도 이어졌다. 가수들의 음이탈이나 무대 실수는 애교에 가까웠다.

SBS 가요대전에서는 전체적인 음향 문제로 3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시청자들의 피로 호소가 이어졌다. KBS 가요대축제 역시 마이크 사고, 사전 녹화 등으로 빈축을 샀다.
MBC 가요대제전은 한 술 더 떴다. 광명 스피돔, 일산 MBC 드림센터를 오가는 무대에 일본 NHK 홍백가합전에 출전한 동방신기-카라-소녀시대를 위해 일본 도쿄에 특별무대를 만들어 이원생중계를 하는 물량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크고 작은 무대 사고가 이어지며 물량공세도 빛이 바랬다.
2PM의 무대에서는 멤버들보다 무대를 꾸미기 위해 등장한 거대한 하얀 공이 카메라 앞에 더 많이 보였다. 2PM 멤버들은 무대 후 "저희들의 공 들인 무대, 공 잘 보셨죠?", "2공12 잘 보내세요" 등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가요대제전 무대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컴백 예고를 하려던 샤이니 역시 가요대제전의 실수로 무대를 망쳐버렸다. 오랜만에 한국 팬들을 만난 샤이니는 '루시퍼' 등 히트곡 등으로 꾸민 파워풀한 무대가 끝난 후 '샤이니 이즈 백(샤이니 is Back)'이라는 음악으로 컴백을 예고하려 했다. 그러나 가요대제전 측은 빠르게 다음 무대인 걸그룹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고, '샤이니 이즈 백'이라는 음악은 뜬금없이 걸그룹 무대의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사실 이러한 실수는 연말 가요시상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예고된 문제였다. 한 가요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죽어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가수들이 바쁜 스케줄을 보내야 한다. 연말 시상식에 출연하려면 적어도 3개의 새로운 무대를 꾸며야 한다"며 "가수들끼리의 합동 무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은데 바쁜 스케줄로 당일 리허설에 가서야 맞춰보는 경우도 다반사다. 게다가 방송사들끼리 서로 더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한 힘겨루기도 있어 중간에 낀 가수들 처지만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해마다 방송 3사의 가요 시상식은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가요시상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한 가요관계자는 "방송 3사의 통합 가요 시상식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가지 문제로 방송 3사의 가요시상식에서는 대상 등 시상이 없어진지 오래다. KBS 가요대축제만이 유일하게 팬들의 투표로 '올해의 노래상'을 시상하고 있다. K-POP붐을 전세계로 넓히고 수준 높은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방송3사의 통합 가요 시상식도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
2012년 방송 3사들은 '한류와 K-POP의 전세계적인 확산'이라는 숭고한 구호를 내걸고 전세계에서 펼쳐지는 한류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방송사의 이런 한류콘서트는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K-POP 인기의 확산보다는 'K-POP 인기에 힘입은 한류 밥상에 숟가락 얹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K-POP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면 한류 밥상에 숟가락 얹기, 생색내기보다 이제는 내실 있는 기획으로 가수들을 위한 진짜 무대를 만들어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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