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이대호는 현명한 선수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이대호와의 FA 계약과 관련해 질문을 던지자 에둘러 답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이대호 잔류'에 대한 자신감이 녹아있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스토브리그의 핵폭탄이다. 2010 시즌 타격 7관왕이라는 전인미답의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올해 역시 '홈런왕'은 최형우에게 빼앗겼지만, 최고타율 등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면서 그 위용을 유지했다. 이대호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임을 다시 한 번 과시한 셈이다.
이는 롯데에게 자랑이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을 마치면서 이대호가 FA 자격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당장 에이스 장원준이 경찰청에 입대한 가운데 FA 신청을 앞두고 있는 이대호가 타 구단으로 이적한다면 그 후유증은 팀 전체를 휘청거리게 만들 수도 있다.
이에 롯데는 "이대호는 무조건 잡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일찌감치 '총력전'을 예고했다. 또 롯데는 '물량공세'를 펼치는 일본 구단이면 몰라도 절대로 국내 타 구단에게는 이대호를 빼앗기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웠다. 당연한 일이다.
5일 KBO가 FA 자격선수들을 공시하면 이대호는 6일~8일 사이 신청서를 제출해 공식적으로 FA를 선언하게 된다. 롯데는 10일부터 이대호와 본격적으로 협상테이블을 차릴 예정으로 양 측간에는 조금씩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롯데 관계자 역시 상당히 말을 아끼는 등 입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도 자신감이 있다. 배재후 단장은 "우리는 (이)대호를 무조건 잡을 방침이다. 또 대호는 현명하고 영리하다. 만약 일본 구단에서 제의가 오더라도 여러모로 잘 살펴보고 현명하게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롯데가 일본구단의 액수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내 사정을 감안해 이대호의 자존심을 충분히 살려줄 금액은 제시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릭스 구단은 일본통인 수도권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대호와 관련해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더라도 이미 주변을 통해 이대호에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오릭스의 배팅 금액은 2년간 5억엔(약 75억원) 정도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큰 액수이지만 이대호도 일본에서의 성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롯데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팀 제시액만큼은 못되더라도 이대호가 납득할 정도의 조건을 제시한다면 보다 편하게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팀에 잔류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롯데의 바람대로 이대호는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인가. 결론은 금액이다. 이대호가 100%는 아니더라도 충분한 대접을 받는다는 수준은 돼야 롯데 잔류가 가능한 일이다.
이대호의 해외 무대 도전의지를 꺾기 위한 롯데의 배팅액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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