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이만수 감독이 '대행' 꼬리표를 뗐다.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결정된 바로 다음날인 1일, 신임 감독에 이만수 감독대행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이만수 감독은 올 시즌 중도에 퇴진한 김성근 전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을 맡아 대행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업적을 세웠다. 구단에서도 이 점을 높이 평가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곧장 감독 승격을 결정했다.
정식 감독이 된 이만수 신임 감독은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동안은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운신의 폭을 좁힐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감독으로서의 전권을 갖고 팀을 지휘할 수 있게 됐다.
SK 와이번스도 팀 컬러의 변화가 예상된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철저한 관리를 중심으로 한 야구를 펼쳐왔다면, 현역 시절 '헐크'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만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맡기면서 활달한 스타일의 야구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수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선수 중심의 야구를 강조해왔다. 벤치에서 작전을 내는 경우도 거의 볼 수 없었고 경기를 선수들에게 맡겼다. 선수들이 알아서 다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만수 감독의 설명이었다.
SK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벌떼 마운드도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SK는 선발보다는 불펜에 중점을 둔 마운드 운용을 선보여왔다. 그 결과 불펜진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탄탄했지만 5이닝 이상을 책임져줄 선발진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 1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만수 감독은 선발 투수들에게 될 수 있는 한 긴 이닝을 보장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내왔다. 이는 1, 2회라도 선발투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가차 없이 교체하곤 했던 전임 김성근 감독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2군 감독 시절 키웠던 윤희상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중용하며 짭짤한 재미를 봤던 것도 이만수 감독의 스타일을 대변한다.
변화무쌍했던 타순도 어느 정도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만수 감독이 대행으로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도 잘 나타났다. 감독대행 취임 직후 "이호준을 고정 4번으로 쓰겠다"고 말했던 것도 기존 SK의 타선 구성과는 차별화된 행보였다.
무엇보다 이만수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감독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감정 표현을 절제해왔던 기존 감독들과는 달리 이만수 감독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제스처를 보여주곤 했다. 팀이 점수를 낼 경우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는가 하면, 석연찮은 심판 판정이 나올 경우엔 쏜살같이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어필을 한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확정된 직후, 이만수 당시 감독대행은 가장 먼저 전임 김성근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만수 감독은 "전임 감독님이 이런 좋은 선수들을 키워서 감독 대행이 그 선수들을 가지고 한국시리즈까지 올 수 있었다"며 "김성근 감독님께 먼저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현재의 '강팀 SK'가 있게 한 것이 김성근 감독이라는 점은 이만수 감독도 말했듯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이만수 감독의 할 일은 '야신'이 만들어놓은 토양에 자신만의 야구 색깔을 덧입히는 것이다. '헐크'가 이끌 SK 와이번스가 앞으로 어떤 야구를 선보일지 궁금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