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SK 와이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에 되찾은 패권이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총 전적 4승1패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실 시즌을 앞두고 삼성을 우승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지만 삼성은 그런 예상을 비웃으며 승승장구,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은 지난해에 비해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사령탑도 선동열 감독에서 감독 경험이 전혀 없던 류중일 감독으로 바뀌었다. 초보 감독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류중일 감독은 정규시즌-한국시리즈를 내리 우승으로 이끌며 단번에 '초보 명장'으로 떠올랐다.
감독 취임 첫 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역대 사례를 살펴봐도 흔치 않은 기록이다. 2005년 선동열 전 감독이 삼성을 우승시킨 것이 전부다. 1982년 OB의 우승 감독인 김영덕 감독은 원년이라 취임 첫 해 우승이라는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멀고, 실업팀 감독을 역임하다 1983년 해태를 우승시킨 김응용 감독도 이와 마찬가지다. 류중일 감독은 선동열 전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초보 사령탑' 타이틀을 달고 우승을 차지한 셈이다.
삼성 우승의 원동력은 막강한 투수진에 있다. 정규시즌 팀 타율이 6위(2할5푼9리)에 불과했지만 팀 평균자책점(3.35) 1위에 빛나는 마운드는 타선의 열세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풍부한 선발진과 두터운 불펜진, 여기에 '끝판대장' 오승환이 조합을 이룬 삼성 마운드는 역대 최강이라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투수진은 전임 선동열 감독이 다져놓은 업적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있는 자원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류중일 감독의 용병술도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초보 감독으로서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춘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는 한편, 코치들에게는 적절한 역할을 분배하며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실례로 오치아이 투수코치에게는 투수 운용의 전권을 맡기며 힘을 실어줬고, 이는 팀 평균자책점 1위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여기에 전성기를 맞은 최형우가 홈런(30개)-타점(118개) 1위를 휩쓰는 활약으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다. 자칫 심각하게 약한 타선으로 한 시즌을 치를 수도 있었던 삼성은 최형우가 예상 밖의 맹활약을 펼치며 점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점수를 내는 팀이 됐다. 팀 타율은 6위지만 팀 득점은 롯데(713점), KIA(627점)에 이은 3위(625점)에 오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취임 첫 해부터 우승을 차지한 류중일 감독은 앞으로 지도자로서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는 확실한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만큼 장기집권도 가능하다. 삼성 선수단은 이미 세대 교체에 성공한 지 오래다.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은 모두 젊은 선수들이다.
당장 내년 시즌, 딱히 예상되는 전력 누수가 없다. 오히려 한국무대 복귀를 선언한 이승엽의 합류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승엽이 팀에 합류한다면 약점으로 지적되는 삼성의 타선은 더욱 강력해진 화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최형우와 이승엽으로 구성될 중심타선은 어느 팀에게나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SK 와이번스의 이만수 감독대행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류중일 감독은 '초짜'가 안 어울린다. 내가 봐도 베테랑 못지않은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 투수나 야수, 대주자나 대타를 낼 때 보면 베테랑 감독 같다. 제가 현역 때 본 그대로 참 영리하고 센스 있는 감독이다. 비록 제가 인생 선배이지만 야구로서는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운다. 초짜는 빼는 게 어울릴 것 같다."
상대 감독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말한 립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삼성의 우승이 확정된 지금 돌이켜 보면 크게 과하지 않은 칭찬이다. 초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류중일 감독. 앞으로 그가 이끌 삼성 라이온즈가 얼마나 더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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