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배영섭(삼성)이 끝내 사고를 저질렀다. 팽팽한 균형을 깨뜨리고 팀 승리를 불러온 천금의 선제 결승 적시타를 터뜨린 것이다. 그의 안타 한 방으로 삼성은 2차전마저 쓸어담을 수 있었다.
삼성은 26일 대구구장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선발 장원삼의 5.1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비롯해 '철옹 불펜진'을 가동해 끝내 2-1로 승리했다. 그리고 바로 2점을 뽑아내준 것이 바로 배영섭의 방망이었다.
배영섭은 이날 9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했고, 0-0으로 맞서던 6회말 2사 만루에서 SK 4번째 투수로 등판해 있던 박희수의 6구째를 받아쳐 중전 2타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초반부터 살떨리는 투수전 속에 1점싸움이 벌어졌고, 배영섭의 한 방은 결국 그대로 승부를 가른 일격이 됐다. SK는 8회초 박정권의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했을 뿐이었다.
사실 배영섭은 한국시리즈 출전 자체가 극적이었다. 9월21일 대구 두산전에서 왼손에 공을 맞아 중수골 골절상을 입으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것이다. 올 시즌 두각을 드러내 단숨에 삼성의 주전 자리를 꿰찬 신예선수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배영섭은 포기하지 않았고, 일본 요코하마로 건너가 특수치료를 받으며 부활을 노렸다. 이후 한 달 가량 지난 후 팀이 한국시리즈를 치를 때가 되자 배영섭은 돌아왔다. "출전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 류중일 감독을 기량으로 설득시켜 당당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초인같은 회복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날 2차전에서 배영섭은 기어이 일을 저질렀다. 1차전에서 삼성이 뽑아낸 총 5개의 안타 중 한 개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배영섭은 2차전에서는 승리를 부른 천금의 결승타를 뽑아내 대구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상대의 견제 속에 주춤한 최형우와 박석민과 채태인 등 중심타선의 부진 속에서 하위타선에 배치된 배영섭이 결정적인 순간 멋진 적시타로 팀을 살렸다. 류중일 감독이 배영섭을 기용한 것이 제대로 열매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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