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손아섭(롯데)은 다소 의기소침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자신만만하던 태도가 바뀌었다. 취재진이 몰려들자 손아섭은 "하아"라고 긴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손아섭은 지난 16일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2번탖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3안타에 몸에맞는 볼까지 얻어내면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치명적인 실수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6-6으로 팽팽하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구원등판한 정우람의 초구를 노렸지만, 타구는 2루수 앞 병살타가 됐다. 외야플라이만 때려내도 경기를 끝낼 수 있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고, 결국 팀도 연장 10회초 정상호에게 솔로포를 허용해 6-7로 패했다.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른 손아섭이었지만 한 번의 병살타로 활약상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2차전을 앞둔 17일 더그아웃에서 만난 손아섭 본인도 병살타의 악몽을 말끔히 지우지는 못했다.
손아섭은 "다 내 잘못이다. 내가 너무 급했다"며 "대기타석에서 엄정욱 선수가 바뀌기를 기대했는데. 실제로 내 타석에서 정우람 선수로 교체되자 '이건 (날 보고 끝내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잘못이다"고 굳은 인상을 펴지 못했다.
이어 손아섭은 "시즌 때도 병살타가 잘 없고, 수비도 전진수비였다. 그냥 맞추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너무 안일했다"며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었는데 힘이 들어갔다. 경기 전 타격감이 안좋았는데, 경기를 하면서 좋아지게 되자 성급했다. 멀리 타구를 보내려고 힘도 많이 들어갔고, 내가 끝내겠다고 생각한 것이 역효과가 났다"고 한숨을 그치지 못했다.
또 손아섭은 "방에 돌아가서 다시 그 장면을 봤는데 결국 내 경험이 미숙했다는 것을 느꼈다"며 "아직 젊으니 큰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아섭은 동료 지인들에게 감사인사도 전했다. 200여통에 가까운 격려문자와 SNS 메시지가 쇄도한 것을 보고 손아섭은 큰 힘을 얻었다. 그는 "밤에 잠을 자려는데 그 장면이 노이로제처럼 서너 번 계속 생각이 났다"며 "하지만 선배들의 격려문자와 지인들의 위로문자가 정말 많이 와서 힘이 됐다. 프로와서 5년째인데 이렇게 각광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끝내기 안타로 관심을 받았어야 했는데…"라고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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