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거인군단'이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페넌트레이스 2위를 확정했다. '비룡군단'의 막판 추격세에 다소 긴장하기도 했지만, 정규시즌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마침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롯데는 4일 사직구장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17차전에서 선발 송승준의 5이닝 1실점 호투 속에 22안타를 맹폭한 화력의 대폭발로 20-2 승리를 거뒀다.
그 무엇보다 의미가 큰 1승이었다. 이날 3위 SK가 광주에서 KIA에게 0-4로 패하면서 롯데가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한 것이다. 시즌 성적 70승 56패 5무 승률 5할5푼5리. 롯데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지더라도 승률은 5할4푼7리가 돼 SK가 잔여 2경서 2승(승률 5할4푼6리)을 보태도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울고 웃던 롯데의 시즌 초를 생각하면 짜릿한 역전 2위라고도 할 수 있다. 4월 한 달간 승패차 -7을 기록하며 밑바닥까지 경험했고 5월 나름 만회했지만, 6월 다시 승패차 -7로 침몰하면서 롯데는 2위는 고사하고 4강 입성조차 가물가물한 듯했다. 하지만 선발 및 불펜 안정화가 침체했던 타선을 일깨우면서 전력을 추스린 롯데는 7월부터 승승장구하더니 기어이 페넌트레이스 2위라는 쾌거를 달성해냈다.
롯데의 시즌 2위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탓에 더욱 감격적이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팀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롯데는 1989년 단일리그 전환 후 페넌트레이스 1위는 물론이고 2위조차 단 한 차례도 해보지 못했다.
사실 롯데의 찬란한 우승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전후기제였던 1984년 후기리그 1위로 전기리그 1위인 삼성과 한국시리즈서 만나 고 최동원의 4승 역투 속에 'V1'을 달성했을 때와 1992년 페넌트레이스 3위에서 뚫고 올라가 기어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 두 번뿐이다.
2위 역시 전후기제 시절과 1999년 양대리그 시절에 단 두 차례 경험해봤을 뿐 단일리그제에서는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자리다. 1985년 후기리그 2위(삼성이 전후기 통합우승)를 차지했고, 양대리그로 치러진 1999년에는 드림리그 2위(당시 롯데는 매직리그 1위 삼성을 넘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한화에 패했다)에 오른 바 있을 뿐이다. 또 1995년은 공식 기록상 2위지만, 페넌트레이스 성적 3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경우다.
결국 롯데는 정규시즌 2위를 1982년~1988년 전후기제 시절에 한 차례(1985년), 1999년 양대리그서 한 차례 한 외에 단일리그로 치러진 시즌에서는 단 한 번도 경혐해보지 못한 셈이다.
시즌 초 롯데팬들은 양승호 체제로 새롭게 시작한 롯데가 부진에 신음하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승호 감독은 비난을 넘어 협박을 하는 전화에 시달렸고, 가족들까지 협박하는 일부 극성 팬들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큰 고생을 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낸 양 감독은 기어이 최고의 성적으로 보답하면서 초보명장으로 거듭났다.
물론 사령탑의 팀 운영이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꼭 좋은 성적으로 연결될 수는 없을 터. 쾌거의 실질적인 주역은 역시 선수들이다. 특히 투타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웠고, 박수를 받을 만하다.
타선에서는 공포의 화력이 여전했다. 주장 홍성흔은 초반 좌익수비와 주장 부담으로 인해 주춤했지만 이후 살아나면서 팀을 더욱 공고히 이끌었고 지난해 타격 7관왕의 카리스마를 뽐낸 이대호는 고질적인 발목부상에도 항상 타자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으면서 올해 역시 대한민국의 최고타자로서 우뚝 섰다. 강민호도 안방마님 자리를 든든히 지켜내면서 19홈런을 기록하는 등 '공격형 포수'로 또 한 번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톱타자로 배치된 전준우와 3번 손아섭은 올 시즌 더욱 발전했고, 유격수 문규현도 안정된 수비와 함께 타선 전체가 침묵할 때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줘 힘을 보탰다. 3루수 황재균은 '만루의 사나이'로 불렸고, 부상 복귀한 김주찬도 화력의 업그레이드에 힘을 보탰다. 조성환이 부진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제 몫을 해주며 롯데의 화력은 그야말로 리그 최강으로 우뚝 섰다.
투수진도 빛을 발했다. 장원준, 송승준, 사도스키, 부첵, 고원준으로 구성된 선발진은 여름부터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굴러갔고, 이에 맞춰 임경완, 강영식, 김사율은 '방화조'에서 '필승조'로 탈바꿈했다. 선발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가 3명에 달했고, 김사율은 18세이브를 올렸다. 기대했던 김수완과 이재곤이 다소 부진했지만 전체 투수들이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냈다.
양승호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은 100% 짜임새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강호 롯데의 위용을 뽐내준 것이다. 선수들의 투혼이 2위 롯데의 최대 원동력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시즌 초중반 롤러코스터 성적에 울고 웃으며 야구의 재미를 만끽한 롯데팬들은 해피엔딩을 지켜보며 큰 박수를 보냈다. 올 시즌 롯데팬들은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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