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류중일 삼성 감독의 얼굴은 경기 내내 벌겋게 상기됐다. 터질 듯 터질 듯 했지만, 결국 적시타 한 방도 구경하지 못했다. 그리고 삼성은 졌다.
삼성은 6일 대구 한화전에서 0-6으로 패했다. 언뜻 큰 스코어 차이 같지만, 이는 막판 한화의 집중력이 낳은 결과다. 7회말까지 양 팀은 타선의 집중력 실종으로 0-0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와중에 한화는 8회초 가르시아의 1타점 적시타로 리드를 잡은 뒤 9회초 최진행의 2타점 적시타와 가르시아의 스리란포로 5점을 몰아내 승리를 장식할 수 있었다.
삼성으로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무려 10안타 2볼넷을 뽑아내고도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타자들은 경기 내내 이어진 라인드라이브 정면 타구로 인해 번번이 득점기회서 허탈하게 돌아섰다.
한화전 패배는 류중일 감독으로서 찜찜함을 넘어 속쓰린 결과다. 시즌 초부터 유독 한화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더니 이날 패배로 상대전적 역시 8승 10패로 열세에 놓였다. 선두 삼성이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팀이 바로 7위 한화다. 한대화 감독이 아무리 삼성의 수석코치(2004~2009)를 지냈다고 하더라도 올 시즌 막강한 삼성의 위용과 양팀의 순위를 감안하면, 묘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시점이 좋지 못하다. 삼성은 지난달 30일~31일 롯데전 1승 1패를 나눠가진 후 무려 5일 동안 경기가 없었다. 1일 휴식, 2~4일 훈련, 5일 휴식 일정으로 이 시기를 보낸 삼성은 다시 충전한 체력을 바탕으로 내달릴 참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사흘 훈련 기간 동안 잘 다듬어야 하지 않겠느냐, 막판 스퍼트를 위해서"라고 단언하며 시즌 초와 다르지 않은 의욕을 드러냈다.
마침 휴식 후 만나는 상대가 한화였고, 류중일 감독은 선두팀 감독으로서 자존심 회복을 위해 이를 갈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또 한화에게 덜미를 잡혔다. 타자들이 못친 것도 아닌 탓에 휴식으로 인한 타격감 하락을 탓할 상황도 아니다. 지독한 불운으로 인한 변비야구로 무너진 것이다. 물론 선두 독주체제를 구축한 덕에 패배로 인한 후유증이 크지는 않지만 영봉패 수모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매번 득점력 빈곤의 현실이 한화전에서 유독 드러났다는 점도 류 감독으로서는 못마땅하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어느 팀이나 유독 약한 팀이 생기기 마련이다. 올 시즌 LG의 경우, 넥센에게 5승 10패를 기록하면서 4강 분수령에서 밀려나기까지 했다. 올 시즌 '최강 삼성' 역시 한화에게는 엄니 빠진 사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은 7일 한화전이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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