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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허웅의 야구 인생, "야구를 그만뒀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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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기자] SK 중고 신인 포수 허웅은 4일 문학 LG전을 앞두고 선발 출장 소식을 전해들었다. 얼떨떨했다. '내가 선발 포수로 출장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평소 두 그릇은 거뜬히 해치우던 식성도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허기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덕아웃에 나왔다. LG 선수들이 타격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두 눈에 담았다. "너무 떨려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럴 만도 했다. 지난 2002년 현대 입단 후 처음으로 얻은 선발 출장 기회였기 때문이다.

허웅의 야구인생은 곡절의 연속이었다. 2002년 2차 2번 전체 18순위로 현대에 지명됐지만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당연해 보이던 상무 입단도 그에게는 욕심이었다.

결국 2006년 현역으로 군입대했고, 군복무 도중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허웅은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 호프집을 차렸다. 애써 외면할수록 야구에 대한 열정은 커져만 갔다.

"1군에서 공 한 번만 받아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1군 무대에 한 번만 서보면, 야구에 대한 미련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죠."

다시 시작한 야구.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SK에 신고선수로 입단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2009년 SK 금광옥 원정기록원의 배려로 김성근 감독 앞에서 테스트를 받을 기회를 얻었다. "쪽팔린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운동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자고 마음먹었죠. 파이팅 넘치는 내 장점을 모두 쏟아냈어요."

어렵게 신고선수로 SK에 입단한 후에도 출전 기회는 없었다. 기약 없는 2군 생활이 이어지다, 드디어 4일 주전 포수 정상호의 손가락 부상으로 1군 선발 출전 기회를 얻게 됐다. "떨렸죠. 어떻게 안 떨려요. 어휴…." 경기를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선 후에도 상기된 허웅의 표정은 지워지지 않았다.

자신의 첫 선발 출장 경기에서 팀이 9-1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8-1로 앞선 8회말 공격 무사 1, 2루서는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프로 첫 안타이자 첫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안타를 치고 1루까지 내달린 허웅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만끽했다.

"끝내기 홈런을 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남들보다 천 배, 만 배 값진 승리죠. 야구를 그만뒀더라면 이런 희열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내 자신에게 감사하고,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해요."

특별한 방망이로 때린 첫 안타라 더욱 소중했다. 경기 전 동료 조동화는 자신이 아끼던 배트를 망설임없이 허웅에게 건넸다. "빌려주는 거야. 이거 갖고 꼭 안타 쳐."

경기가 끝난 뒤 조동화는 허웅에게 처음으로 1루 베이스를 밟게 해준 소중한 배트를 그에게 선물했다. 최규순 심판은 허웅이 첫 안타를 친 공을 손수 챙겨 건네주기도 했다. 배트와 공을 양 손에 쥔 허웅의 표정에서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전해졌다.

허웅에게 큰 욕심은 없다. 팀이 지고 있을 때 파이팅을 불어넣는 역할이라도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다. "그냥 행복해요. 다 행복해요. 그라운드 위에서 걷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늘 열심히 뛰어다니는 허웅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허웅의 야구가 비로소 시작됐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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