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사건이라고 해야 하나?" 임찬규(LG)에게 '그 날'은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지난 6월 17일은 임찬규나 LG에게 악몽과도 같은 날이었다. 임찬규는 잠실 SK전에 팀이 4-1로 앞선 9회초 마무리 등판해 볼넷을 무려 5개나 남발하며 4-6 역전패를 자초했다. 아웃카운트를 하나 남겨둔 채 연달아 나온 볼넷으로 임찬규의 어깨는 축 처졌다.
하지만 이후 6경기 등판에서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여전히 식지 않은 어깨를 증명했다. 또 12일에는 아픔을 줬던 SK를 상대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7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SK전이어서 더 다행이었다"고 말하는 임찬규의 표정에 안도감이 지나갔다.
12일 경기 2-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상대 4번타자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이호준을 내야땅볼로 가볍게 처리했다. 마지막 타자 정상호와는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140km 직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악몽'을 씻어낼 수 있는 깨끗한 마무리였다.
박종훈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이 몰라보게 성숙해졌다"며 임찬규를 칭찬한 박 감독은 "예전에는 붕 떠있는 모습이었는데 요즘 보니 부쩍 차분해졌더라"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이어 "밸런스와 제구력 모두 예전보다 좋아졌다. 특히 정상호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모습이 기특했다. (임)찬규가 경기를 마무리한 것이 큰 수확이다"고 덧붙였다.
임찬규는 "이제 야구를 알 것 같다"는 말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에둘러 표현했다. 갓 데뷔한 고졸 신인이 마무리 보직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컸다. 박 감독조차 "중간에서 클 아이가 마무리를 맡고 있다니... 찬규에게는 고맙지만, 선배 투수들은 각성해야 할 일이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에 임찬규는 "예전에는 씩씩하게만 던졌는데, 이제는 야구를 조금 알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임찬규는 "'그 사건'을 계기로 많이 느꼈다"고 했다. "데뷔 후 경기에 나와 승리도 쌓이고, 세이브도 쌓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다. 1군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최계훈 투수코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임찬규는 "코치님께서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2천 경기는 더 해야 한다. 고참은 나이 먹으면 저절로 되는 것이지만, 베테랑은 모든 시련을 견디고 이겨내야 될 수 있는 것이다. 너는 베테랑이 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동안 쌓였던 압박이 많이 해소됐다"고 털어놨다.
쉬는 날에도 연습장을 찾아 임찬규의 피칭을 하나하나 지적해준 최 코치의 도움으로 인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임찬규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마무리 보직 역시 영광스러운 자리"라면서 한결같은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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