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선장 잃은 대전 시티즌의 새 감독 선임 작업이 구단 수뇌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다.
대전은 지난 4일 승부조작 사태와 관련해 선수 관리 소흘 및 성적 부진을 이유로 왕선재 감독을 해임한 뒤 후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신진원 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난 1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0-7로 대패하며 동력을 완전히 잃은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후보군이 새 사령탑 물망에 오른 가운데 유상철 춘천기계공고 감독, 최윤겸 전 대전 감독, 김삼수 전 대전 코치 등으로 압축된 모양새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김학범 전 성남 일화 감독과 김인완 부산 아이파크 코치는 형식과 절차상 문제로 선임 작업을 '중단'했다. 김 전 감독은 본인이 고사했고, 김 코치에 대해서는 시즌 중 상대팀 코칭스태프를 빼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발을 뺐다. 부산 측의 거센 항의도 한 몫 했다.
이후 대전의 감독 선임 작업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 측에서 구단 프런트를 배제하고 이사진과 협의해 감독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이사의 경우 인터넷에서 대전과 연관된 인사를 검색해 적당하다 판단되면 후보군에 올리는 무리수까지 둬 김광희 사장의 질타를 받는 등 코미디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사진 역시 전임 김윤식 사장과 왕선재 감독의 사표 제출시 같은 배를 탔다는 점이다. 최종 마무리를 하고 나가겠다며 감독 인선 작업에 참여중이지만 구단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손발 묶인 프런트는 김광희 신임 사장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대전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최윤겸 전 대전 감독의 사령탑 복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 전 감독은 2003년 대전 사령탑에 올라 신사축구를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 최다관중 기록을 세우는 등 여전히 대전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문제는 2007년 이영익 전 수석코치와의 폭행사건이다. 당시 최 전 감독은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명령을 받았다.
당시 이영익 코치는 부인 앞에서 최 감독에게 폭행당해 이마 20바늘을 꿰맸다. 충격을 받은 부인이 우울증으로 6개월 진단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공식 판결 기록이 있다.
이후 최 전 감독은 터키로 연수를 떠나 재기를 모색했고 몇몇 구단 사령탑 후보에도 올랐지만 쉽게 K리그로 돌아오지 못했다.
현재 대전이 최 전 감독을 다시 선임하는 데는 공식적으로 문제가 없다. 법원 판결 외에는 구단이 자체적으로 자격정지 등 징계를 내린 적이 없어 김광희 사장이 이사진의 추천을 받아들이면 된다. 일부 이사가 다른 이사들을 설득해 이번 후보 선임이 이뤄졌기에 장벽은 없다.
김 사장은 최 전 감독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당시 폭행 사건으로 인해 최종 결정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감독이 대전으로 복귀하게 될 경우 도덕성 논란이 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K리그에 승부조작 관련 태풍이 불어 어수선한 상황에서 도덕성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최 전 감독의 대전 복귀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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