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극으로 치닫던 SK의 위기가 어느정도 해소된 것일까. 김성근 감독은 최근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무엇보다 두 경기서 선발 호투한 이영욱과 엄정욱이 반가운 모습이었다.
SK는 최근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가 이후 롯데를 만나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을 세우며 3위까지 내려앉은 SK는 롯데를 제물로 2위 KIA에 2.5경기 차로 다가섰다.
이영욱과 엄정욱의 깜짝 호투가 연승의 발판이 됐다. 8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 이영욱은 6이닝을 3피안타 5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막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5회 1사까지 롯데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낼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였다. 2008년 9월 19일 문학 히어로즈전 이후 1천22일만에 맛본 승리. SK에도, 이영욱 본인에게도 남다른 1승이었다.
김 감독은 연패 탈출과 함께 새로운 선발투수감 한 명을 발견했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영욱이 놀랄 만큼 잘 던져줬다"고 평가한 김 감독은 "이렇게 오래 던져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좋은 투수 하나를 찾지 않았나 싶다"며 후한 점수를 매겼다. 이어 "이영욱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방법을 알았다. 142km의 공을 150km로 보이게 만들었다. 잘 던진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영욱에 이어 다음날 선발 등판한 엄정욱도 5.2이닝 7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SK 마운드에 숨을 불어넣었다. 1-0으로 앞서던 6회초 2사 3루서 강민호에게 적시타를 허용, 1-1 동점을 내주고 물러나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이날 승리의 주역은 엄정욱이었다.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호투하며 팀의 위기를 끊어낸 엄정욱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엄정욱의 장점으로는 간결해진 투구폼을 꼽았다. "폼이 간결해지고, 작아졌다. 손가락 끝으로 볼을 긁을 줄 알게 되면서 볼의 회전이 좋아졌다. 5년만에 본 컨트롤 중 오늘이 가장 좋았다."
두 투수의 출현으로 SK는 돌파구를 찾은 모습이다. 이전 김광현과 송은범, 매그레인이 줄줄이 제외된 SK 선발진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글로버를 제외하면 7월 들어 선발에 합류한 고효준이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운드가 흔들리자 팀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SK는 2년만에 7연패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로 이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영욱과 엄정욱이 복덩이가 돼 나타났고, 붕괴됐던 선발 마운드에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해도 될 것 같다"고 밝힌 김 감독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면 이제 5선발이 완성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이 생기는 거지"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 감독은 "이전의 나빴던 분위기는 모두 사라졌다"며 최근 달라진 SK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2연승이 "SK에 큰 희망을 준 날"이라고 했다. 김 감독의 목소리에 보이지 않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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