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잔인한 5월이다. 두산 팬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개막 이전 우승후보 0순위로 평가받았던 두산이 부진의 연속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 19일 잠실 한화전마저 '토종에이스' 김선우를 내고도 0-2로 영봉패 수모를 당했다. 김선우는 8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의 득점력 부재로 패전의 멍에를 떠안았다. 두산 타선은 9회말까지 5안타밖에 뽑지 못했고, 와중에 수비실책까지 범하면서 자멸했다.
뼈아픈 패배다. 이날 무너진 두산은 하루 만에 5위에서 6위로 또 한 단계 주저앉았다. 지난 2008년 5월 1일 잠실 KIA전 후 무려 1천113일만에 맛본 6위 추락이다. 18일 패배로 1천110일만의 5위를 경험한 두산이 연이틀 기억하기 싫은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기억도 나지않는 5~6위 추락에 강호 두산은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5월 들어 두산은 총 15경기서 단 4승(11패)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5월에는 단 한 차례도 '위닝시리즈'를 경험한 적이 없다.
지난 1일 SK전 1-3 패배 후 3일부터 치른 LG와의 3연전에서 1승 2패로 아쉬움을 남긴 두산은 이후 롯데(1승 2패), KIA(2패/우천취소 1회), SK(1승 2패), 한화(1승 2패)까지 상대하는 팀마다 손해를 봤다. 따져보면 지난달 29일~1일 SK와의 두 차례 경기(우천취소 1회)서 1승 1패를 나눠가진 후 3일부터 시작된 5차례의 3연전은 모조리 '루징시리즈'였다.
특히 아쉬운 대목은 최근 부진 속에서 찾아온 반등의 기회마저 모두 날려버렸다는 점이다. 14일 SK전에서 2-0으로 승리, 당시 3연패서 탈출한 두산은 다음날인 15일 '우승청부사' 니퍼트를 등판시켰지만, 믿었던 그마저 1.2이닝 5실점의 부진한 피칭 후 강판당해 패배를 자초했다. 17일 한화전 8-1 승리 후 맞은 18일 연승 기회서는 새용병 페르난도의 불안투와 계투진의 잇따른 실점, 타선의 엇박자 플레이로 7-9로 쓰라린 재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19일, 연패를 막기 위해 '토종에이스' 김선우까지 등판시켰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기어이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한화에게 당한 2패는 올 시즌 김경문 감독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문제는 다음 상대가 바로 삼성이라는 점이다. 최근 잦은 실책과 타선 침묵으로 절뚝거리던 삼성은 19일 대구 넥센전에서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리를 거둬 팀 기세를 180도 바꿔냈다. 게다가 20승 18패를 기록하며 단독 3위로 올라선 삼성은 두산과 직접적인 순위경쟁을 벌여야 하는 팀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 두산이 삼성에게 연패라도 당한다면, 그 후유증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두산은 올해 'V4'를 노리고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했고 야구관계자들에게 탄탄한 전력을 인정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결과로 보여주겠다"며 출사표에서조차 말을 아꼈고, 일본서 유턴한 이혜천의 영입 및 이현승의 부활 의지 등으로 고질적인 마운드의 좌완 부족도 극복할 듯 보였다. 포수 경쟁에 뛰어든 김재환과 '리틀 김동주' 윤석민도 기대를 듬뿍 받았고, 기존 전력에 플러스 요인을 안고 2011 최강의 팀으로 개막을 맞았다. 하지만 4월의 호성적은 온데간데없고, 5월 중순 두산은 6위까지 주저앉았다.
두산은 4강을 노리는 팀이 아니다. 최근 번번이 정상 문턱서 좌절해 우승이 절실한 팀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V4'를 정조준한 팀이라고는 해도 초반 너무 승률을 까먹고 자신감마저 떨어지면 시즌 중후반 이를 메워내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우승에 맺힌 한을 풀기 위해 두산은 하루 빨리 부진을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불안한 미래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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