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양승호 롯데 감독이 홍성흔의 좌익수 기용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양 감독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언급하면서 시즌 초 팀운영의 어려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롯데는 지난 3일 사직 삼성전에서 선발 송승준의 6.2이닝 1실점 역투 속에 상대 실책과 함께 타선의 집중력까지 이어지면서 5-1로 손쉬운 승리를 챙겼다.
특히 이날 1승은 의미가 컸다. 시즌 개막 후 첫 연승과 함께 마무리 고원준의 선발보직변경으로 인해 그 공백을 메워줄 코리가 처음으로 구원 등판해 1.2이닝 무실점 피칭까지 선보인 것이다. 선발진이 붕괴된 상황에서 '5월 위기'를 강조한 양승호 감독이 내민 승부수 카드가 제대로 먹힌 경기였다. 5월 대반격의 희망을 쐈다고 평가할 만한 한판 승부.
그런데 이날 타선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홍성흔이었다.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홍성흔은 4회말 선제 1타점 적시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최종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면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타율도 3할대(3할3리)에 진입하면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홍성흔은 롯데가 25경기를 치르는 가운데 10경기에 좌익수로 출장했다. 실책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수비 부담 탓에 타격감이 바닥에 머물렀다. 홍성흔 본인은 "괜찮다"는 말을 연발했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체중감소는 그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홍성흔의 좌익수 출장은 롯데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양승호 감독의 전략이었다. 이대호, 강민호 등이 잔부상치레를 할 경우, 그들을 지명타자로 출전시키고 홍성흔은 이에 대비한 포지션 연쇄이동의 일환으로 좌익수 수비를 한시적으로 맡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개막 후 외야수 손아섭이 부상을 당해 빠지게 되면서 양승호 감독의 기용 전략이 통채로 흔들린 것이다. 결국 홍성흔은 시즌 초반 좌익수로 선발출장하는 경우가 잦았고, 백업 좌익수가 아닌 주전 좌익수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이와 연관돼 중견수 전준우의 3루 이동 후 대신 기용한 이승화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롯데는 심각한 후유증까지 경험해야 했다.
현재 롯데는 손아섭이 복귀하고 전준우마저 중견수로 돌아간 상황이다. 홍성흔은 계속해서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이 점을 두고 양승호 감독은 솔직하게 좌익수 홍성흔 전략이 실패였음을 시인했다. 양 감독은 "이대호, 강민호가 다칠 때를 대비해 홍성흔을 가끔씩 좌익수로 기용할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손아섭이 시즌 초 아웃된 것이 문제였다"며 "결국 성흔이가 (수비가) 부담이 되면서 방망이도 안맞게 됐다. (홍성흔의 좌익수 기용이) 정착되면 공격력 강화가 되겠지만, 결국은 실패가 됐다"고 전했다.
감독으로서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법. 하지만 양 감독은 "전략이 안먹혀들었을 때 빨리 인정하고 바꾸는 것도 감독으로서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고 향후 탄력적인 팀운영을 시도할 뜻을 덧붙였다. 좌익수 홍성흔은 결국 감독마저 인정한 실패한 전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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