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개막전 이후 5일 동안 단 1안타에 그쳤던 넥센 용병타자 코리 알드리의 타격감이 살아났다. 기점은 지난 9일 목동 롯데전이었다. 이날 첫 홈런포를 때려내며 5타수 3안타 맹활약한 알드리지는 이튿날에도 홈런 포함 2개의 안타를 터뜨렸다. 무엇이 잠자고 있던 알드리지의 방망이를 깨운 것일까.
김시진 넥센 감독은 9일 경기가 시작되기 전 알드리지를 감독실로 불렀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안으로 들어온 알드리지는 손을 휘휘 저으며 분위기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 앞선 5경기에서 1안타에 그치며 타격감이 바닥을 친 자신을 갑자기 호출한 감독. 성적이 보장되지 않으면 언제든 짐을 꾸릴 준비를 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인 이상, 감독과의 독대가 마음 편할 리 없었다.
김 감독은 그런 알드리지의 모습을 보고 통역을 통해 "나 담배 한 대 사주고 그런 말 하라"면서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의 농담 덕에 분위기는 한결 편해졌다. 김 감독은 부드럽게 물었다. "요즘 힘드냐? 한국에 혼자 있으려니 많이 외롭지?" 이에 알드리지는 손을 저어가며 '외롭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어 김 감독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는 너를 용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플로리다(전지훈련지)에서도 말했듯이 너는 우리 넥센 선수 중 하나다. 뭔가 조급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을 차근차근 전했다.
알드리지도 "나도 잘 하고 싶다. 그런데 잘 안된다"면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팀을 위해 잘 하고 싶다는 외국인 선수, 김 감독은 그를 더욱 끌어안았다. "뜻대로 잘 안되지? 그래도 부담 갖지 말아라. 급할 거 없다. 천천히 하자."
김시진 감독의 진심을 전해 들은 알드리지 역시 "운동장에 나오는 것이 즐겁다. 한국이 편하다"면서 선전을 약속했다.
김 감독은 알드리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성적에 따라 절대적인 가치가 판단되는 미국에서 건너온 알드리지의 부담감은 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질책 대신 따뜻하게 안아주는 방법을 택했고, 그 결과는 곧바로 성적으로 증명됐다.
전날까지 침묵했던 알드리지의 방망이는 이날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으로 폭발했다. 이튿날에도 홈런 포함 2개의 안타를 때려내면서 이날 넥센의 유일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3번타자 알드리지의 타격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니 앞뒤로 배치된 유한준(4할6푼2리)과 강정호(3할3푼3리)의 활약도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김 감독의 배려 속에 되찾은 알드리지의 자신감이 넥센 타선을 춤추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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