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은 2011 시즌 K리그 개막과 함께 벼랑 끝까지 몰렸다.
개막전에서 수원에 0-2로 패배하고 대전과 1-1 무승부, 그리고 전남에 0-3으로 대패했다. 1무2패. 리그 순위는 16개 팀 중 15위까지 쳐졌다. 황보관 감독과 서울 선수들에 대한 비난과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악몽의 3월이었다.
사실 개막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은 챔피언이라는 자부심 속에 여유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인데다 올 시즌 역시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평가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이런 점이 서울 선수들을 무의식적으로 초심을 잃어버리고 자만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런 나태한 마음가짐이 경기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지난 3월 20일 전남전 대패 후 A매치 휴식기 동안 서울은 춘천에 훈련캠프를 차렸다. 이곳에서 황보관 감독이 가장 집중한 일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바로 잡는 것이었다. 챔피언의 자만이 아닌 도전자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선수들에게 말하고 또 말했다.
그리고 4월이 찾아왔다. 4월의 첫 경기인 지난 2일 전북전. 서울월드컵 경기장서 홈경기로 열린 K리그 4라운드에서 서울은 데얀의 2골과 몰리나의 1골을 보태 전북에 3-1 완승을 거뒀다. 서울 선수들이 넣은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골이 터졌고 서울은 시즌 첫 승을 올릴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마음은 같았다.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가슴 속에 새기고 경기를 뛰었다. 정신이 달라지니 경기도 달라졌다.
경기 후 만난 황보관 감독은 "3월에는 챔피언이라는 자만이 있었던 것 같다. 상대는 서울에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데 우리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달랐다.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마음으로 돌아왔다. 이런 부분들이 서울의 힘이 됐다"며 달라진 서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황보관 감독은 "춘천 전지훈련에서 정신적인 면을 가장 강조했다. 오늘 경기는 다시 도전한다는 도전자의 정신으로 했다. 선수들의 마음이 합쳐져 승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할 것이다. 4월에는 서울 본연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달라진 서울의 승승장구를 기대하고 있었다.
챔피언의 자만을 버리고 도전자의 초심으로 돌아온 서울. 황보관 감독이 기다리고, 서울 선수단이 기다리고, 그리고 서울 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서울의 '4월의 봄'이 펼쳐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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