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전남 목포에서 팀의 마무리 훈련을 지도한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 감독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연말이라 잦은 만남에 선수 영입을 위한 작업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21일 인천 연수구의 한 식당에서는 팬들과 만나는 자리가 열렸다. 허 감독 부임 후 인천 구단에서 추첨을 통해 선정된 30여 명의 팬과 '유쾌한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던 것.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허 감독은 틈틈이 어린 팬들에게 즉석에서 축구 지도까지 하는 등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나눠주는 데 힘을 기울였다.
평소 TV중계를 통해서나 운동장에서 멀리 떨어져 보던 사람과 함께 앉아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 팬들은 신기하다는 듯 연방 탄성을 질렀다. 일부 팬은 '셀카'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때로는 곤혹스러운 상황도 있었다. 팬들의 질문 중 "우리 (유)병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며 이적설이 무성한 인천의 대표 공격수 유병수를 잡아달라는 애절함이 묻어나오는 질문이 쏟아졌다. 살짝 식은땀을 흘린 허 감독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보이며 "잘 될 것이니 기다려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올 시즌 22골로 득점왕에 오른 유병수는 아직까지 인천과 재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선수는 인천에 남고 싶다고 잔류 선언을 했지만 유병수 측이 원하는 금액과 인천이 지급할 수 있는 최대 수준과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K리그 이적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유병수 측에서는 재계약 조건에 해외 이적을 염두에 둔 바이아웃 금액의 적절한 설정과 함께 시민구단 인천이 지급할 수 있는 최대 연봉 상한을 뛰어넘는 수준을 요구했다고 한다.
허정무 감독은 이런 소문들을 일축했다. 허 감독은 "목포 전지훈련에서 유병수와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본인도 다른 팀은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상한 소문 때문에 실체 없는 연봉 액수가 나돈다"라며 대대적인 리빌딩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에 유병수는 내년에도 구심점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구단인 인천이 지급해야 하는 연봉 상한선은 반드시 한계가 있다"라며 거액 요구설을 정리한 뒤 "협상이 잘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병수의 실력에 맞는 몸값을 구단이 충분히 책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원 삼성, FC서울 등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이들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려면 좋은 선수 구성이 되어 있어야 한다"라며 유병수를 뺏기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천은 시즌 종료 후 대대적인 선수단 정리 작업을 시도해 노장 임중용과 김이섭을 코치로 돌리기로 결정하는 등 전체 42명 중 서른 명 가까이 팀과 인연을 끝냈다. 때문에 유병수 측과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은 있는 만큼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 내년 시즌을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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