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로는 서른다섯으로 30대 중반이지만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 이상인 FC서울의 외국인 멀티플레이어 아디(34). 중앙 수비수,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해 전임 세뇰 귀네슈 감독은 물론 현 넬로 빙가다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팬들의 사랑도 대단하다. 아디가 지난 10월 9일 경남FC와의 경기에서 전반 8분 코너킥 도중 상대 골키퍼 김병지와 충돌하면서 안면 함몰 부상으로 실려나가자 걱정 어린 목소리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부상 후 아디는 남은 정규리그를 소화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팀의 챔피언결정전을 기원하며 훈련을 충실히 소화했고 의학적으로 부상 부위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디의 빠른 쾌유를 빌었던 구단에서는 경기에 나서기 원하는 아디를 위해 국내 한 업체에 의뢰해 2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특수 안면보호 마스크를 제작했다. 진한 검정색으로 아디의 강렬한 승리욕을 돋보이게 하는 마스크였다.
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챔피언결정 1차전에 아디의 선발 여부는 미정이었다. 박용호, 김치우 등 대체 차원이 풍부해 굳이 아디가 나서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빙가다 감독은 아디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기용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선 아디는 투혼을 불사르며 수비에 나섰다.
FC서울 강명원 선수지원팀 부장은 "팀도 정규리그를 마치고 사실상 한 달의 공백이 있었다. 아디는 그보다 긴 두 달 공백이다. 경기 감각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워 선발로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라고 출전하는 아디를 보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우려와 상관없이 아디는 전혀 녹슬지않은 경기력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플랫4 수비에 앞서 깔끔한 차단 능력을 보여주며 빙가다 감독의 한숨을 덜어냈다.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후반 두 차례나 다리에 쥐가 나면서 그만 그라운드에 누웠다. 하는 수 없이 박용호로 교체됐지만 코칭스태프나 대기 선수, 팬 모두 박수로 그의 복귀전을 축하했다.
이날 서울은 0-2로 끌려가다 후반 투지가 살아나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제 홈에서의 2차전(5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디가 있어 든든한 FC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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