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황)선홍이가 우승했으면 했는데…"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 감독은 지난 24일 부산 아이파크-수원 삼성의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단문 메시지 서비스인 트위터에 글을 올릴까 고민했다.
독수리 타법을 자랑하는 허 감독은 좀 더 빠른 소통을 위해 딸들에게 대리로 자신의 뜻을 트위터에 전달시키고는 한다. 이날도 허 감독은 두 딸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남기라고 전했다.
허 감독에게 부산-수원 양 팀의 경기는 의미 있었다. 수원 윤성효 감독은 연세대 후배, 부산 황선홍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2년 동안 허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주전 공격수였다. 전남 드래곤즈 감독 시절에는 코치로 함께 한 연도 있다.
아무래도 허정무 감독은 황 감독에게 조금 더 애틋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허 감독은 27일 경남FC와의 27라운드 인천 홈 경기를 앞두고 "윤 감독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황 감독이 우승하기를 바랐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2008년 부산 부임 후 황선홍 감독은 FC서울, 성남 일화 등 강팀에 약한 징크스를 서서히 깨며 지도자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갔다. 그러나 유독 수원에는 올 FA컵 결승에서 만나기 전까지 6무8패를 기록하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허 감독은 "유능한 지도자인데 징크스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안좋다는 생각이다. 나처럼 징크스를 확 깨는데 선수가 되어야 한다"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허 감독이 트위터에 글을 올릴 새도 없이 경기는 1-0 수원의 승리로 끝났다.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지 확인하려던 허 감독은 "딸들이 올리지 않았다. 이미 경기까지 끝나버렸더라"라고 당일 상황을 전하며 껄껄 웃었다.
부산으로선 수원전 15경기 무승행진이라는 징크스가 계속된 것. 준우승에 그친 황 감독은 당장 부산과 재계약이 불투명한 처지에 놓였다.
FA컵 결승 후 3일 만인 27일 부산은 수원과 K리그 27라운드에서 리턴 매치를 벌였으나 또 0-1로 패하면서 황 감독의 수원전 징크스는 한 경기 더 늘었다.
허정무 감독으로선 시련을 이겨내며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는 제자를 향한 시선이 당연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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