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인기리에 종영된 KBS 2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이 신화의 주인공에 윤시윤과 주원이 있다. 연기 경험이라고는 시트콤 뿐이었던 윤시윤과 카메라 앞에는 처음 서보는 주원의 팽팽한 라이벌 대결은 대한민국 국민 두 명중 한 명을 매주 TV 앞에 앉혀 놓기에 충분했다.
푸른 가을 하늘이 드높은 9월의 어느 날 4개월간의 긴 마라톤을 끝내고 가뿐 숨을 내쉬는 주원을 만났다. 드라마 속 차갑고 냉랭한 마준은 온대간대 없고, 따스한 미소가 멋진 젊은 배우 주원과 마주 앉았다.
-마지막 촬영도 끝나고, 드라마도 끝났다. 다 끝내 놓으니 어떤가?
"아직 안 끝난 것 같다. 여전히 아침에 눈뜨면 평택으로 내려 가야할 것 같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끝내고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왜 하는지 알 것 같다."
-질문이 식상하니 답변이 식상하다.
"더 이상의 할 말이 생각 안난다. 긴 여정을 끝났구나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 뿐이다. 드라마 데뷔를 무사히 마쳤다는 기쁨보다는 앞으로 더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해야겠구나 싶다."
-마지막 촬영이 끝난 후 떠오른 생각은?
"끝인가? 끝이라구? 말도 안돼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 수고했다는 말 뿐이었다. 하루하루 전쟁같이 달려온 4개월인지라 모두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특히 탁구(윤시윤)와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 무사히 끝내서 다행이고 고맙다고 했다."
-첫 데뷔 악역이었다, 어땠나?
"마준이가 탁구를 좀 괴롭히긴 했지만 오히려 팬들이 마준이를 더 안타까워해줬다. 첫 역할이 악역이었지만 긴 연기 인생의 첫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해야할 작품과 보여드릴 것이 많다."
-주원과 마준의 닮은 점과 다른점은?
"승부욕이 강하다는 점이 마준과 많이 닮았다. 물론 나는 마준처럼 승부욕을 삐뚫어진 방향으로 풀진 않지만 그런 와중에도 외로워 하며 고독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
승부욕? 최근 주원의 승부욕을 자극했던 적이 있었나.
"뮤지컬 공연할 때 더블 캐스팅 된 배우와 비교해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에 남몰래 승부욕을 불태웠었다. 내 공연이 아닌 날에도 매번 공연장을 찾아 더블 캐스팅 배우를 모니터 해 노트하곤 했다. 연습 첫날부터 공연의 막이 오르고 첫공연과 마지막날 공연까지 세세하게 기록한 모니터 노트를 분석하곤 했다."
-매우 꼼꼼한 성격 같다. '제빵왕 김탁구' 촬영때도 모니터 노트를 작성했나?
"탁구 촬영때는 모니터 노트를 작성할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었다. 특히 초반 이후 대본이 급하게 나오기 때문에 미리 모니터할 시간이 없었다. 원래 성격이 꼼꼼한 편은 아니지만 연기에서 만큼은 꼼꼼하고 세심한 편이다."
-'제빵왕 김탁구'로 인해 많은 것을 얻었을 것 같다.
"연기자로 인정받았다는 점에게 가장 감사하다. 또 동료, 선배 배우들은 물론이고 스태프들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선물이다. 특히 전광렬, 정성모, 전인화 등 세분이 가장 많이 조언해줬다. 드라마에 서툰 연기자들을 가장 편안히 연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시곤 했다. 특히 감정이 안나올 때면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 느낌을 이어받아 저절로 리액션이 나오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했다. 연기가 참 재미있구나 싶고 그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극 중반이후 시청률이 40%를 넘어 50%에 육박했다, 어땠나?
"촬영 전에는 시청률이 높아서 모두 힘을 내 촬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모두 드라마에 집중하기 때문에 시청률의 상승세는 크게 신경쓰지 않곤했다. 오히려 마준은 매장면마다 극과극의 성격을 보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 모으는데 더 신경썼다. 수많은 공연을 해야하는 뮤지컬과 달리 고도로 집중해서 감정을 폭발해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 내는 순간의 '짜릿함'이야 말로 드라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거성식품을 포기한다, 만족하나? 만약 주원이라면 포기했을까.
"내가 가장 원하던 결말이었다. 마치 내가 작가님에게 부탁이라도 한듯 내 마음과 똑같은 결말을 맺게해줘 너무 감사하다. 사실 마준은 마음이 매우 따뜻한 남자였다. 단지 가슴에 맺힌것 때문에 입이 다르게 말했을 뿐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마준이가 생애 처음으로 가슴에 있는 진심을 입밖으로 꺼낸 순간이었다."
-'김탁구'에서 마준역 말고 탐나는 역이 있었나?
"정성모 선생님이 맡었던 한승재 역이다. 너무 안타깝고 슬픈 남자다. 서인숙을 향한 사랑만으로 그렇게 내 달려 올 수 있는 남자의 순정이 너무 인상깊었다. 마지막에 감옥에서 우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물론이고 배우들 제작진들 모두 함께 울었다. 한 실장에게 아버지라고 단 한번도 부르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클텐데, 부담될 것 같다.
"주원이라는 배우의 첫 작품을 보여드렸다. 아직 보여줄게 너무 많다. 마준으로 주원의 모든 것은 다 표현 못했다. 마준이는 내 가슴에 있는 일부분일 뿐이었다. 더 뜨겁고 열정적인 또 풋풋함이 살아있는 연기자 주원의 모습을 앞으로 차근차근 보여드릴 것이다."
약 1시간여의 인터뷰 시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를 바라보노라니 그는 연기를 즐기는 진짜 광대구나 싶어졌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만큼이나 넓은 꿈을 펼쳐 보일 주원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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