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답게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2006년 매 경기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전북 현대는 지고 있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는 팀이었다. 선제골을 내줘도 주눅이 들지 않고 강하게 상대를 압박해 역전 승리를 얻어내는 등 역동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올 시즌 최강희 전북 감독은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조별리그와 16강전까지 순항하며 전북의 꿈은 무르익어갔다.
그러나 빡빡한 경기 일정이 전북의 발목을 붙잡기 시작했고 포스코컵, FA컵 4강 탈락이라는 악재로 이어졌다. 정규리그 역시 자칫하면 삐끗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수비라인에서 문제가 생겼다. 야전사령관 임유환의 부재가 너무나 뼈아팠다. 부상 회복 과정에서 다시 부상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전북은 15일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과의 경기에서는 플랫3 수비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는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2006년 수원 삼성에서 활약했던 알 샤밥 공격수 올리베라를 염두에 둔 전술이기도 했지만 반드시 홈에서 무실점 승리를 챙겨 2차전 원정경기를 힘들지 않게 치르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196cm의 장신 심우연을 플랫3에 뒀다가 전방 공격수로 이동하면서 수비의 균형이 깨졌고 0-2로 패했다. 특히 너무 공중으로만 볼을 띄우는 바람에 상대의 역습에 취약했다.
전북은 2차전에서 세 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원정골 우선 원칙이어서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필 2차전은 악명높은 중동 원정이다. 5시간의 시차에 광적인 응원 열기, 더위 등 다양한 문제들이 전북을 감싸고 있다. 알 샤밥의 홈인 리야드 킹 파드 스타디움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홈관중의 폭발적인 응원 열기 속 어렵게 승리를 거둔 곳이다.
일단 전북은 17일 일찌감치 출국해 시차 적응을 하며 현지 환경에 적응해 나갈 생각이다. 문제는 수비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1차전에서 수비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상대에 슈팅 공간을 허용하는 등 문제점이 터져나오며 2실점이나 했다.
최 감독은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준비를 하겠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전의를 불살랐다. 1%의 역전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놓지 않겠다는 승부사 기질이 발동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차전에서는 살림꾼 진경선이 돌아온다. 풀백, 중앙 미드필더 등 어느 포지션에서도 활용 가능한 진경선이 합류하면 김상식이 중앙 수비수로 이동해 수비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킥의 마술사 김형범의 합류도 반가운 일이다. 무릎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회복해 2차전을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 에닝요, 루이스 등 공격진의 능력이 충분한 만큼 조화를 이루면 역전 4강행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북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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