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반까지 분위기는 좋았다. 두산의 중심타선은 저마다 쏠쏠한 역할을 해내면서 승리를 예감했다. 오랜만에 클린업트리오가 모두 홈런을 뽑아내며 의기양양했지만 결국 이들은 금요일밤 허탈감에 빠져야 했다.
섣부른 예측은 잠실 라이벌간 대결에서는 금물이었다. 두산은 9일 잠실 LG전서 7회초까지 7-3으로 리드했지만, 7회말과 8회말 3점씩 헌납하며 7-9로 역전패했다.
김경문 감독이 그토록 싫어하는, 철벽계투조를 쏟아붓고도 역전패하는 악몽을 고스란히 겪었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이날 두산 중심타선의 맹활약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 3번 김현수-4번 김동주-5번 최준석-6번 이성열까지 이들 4명은 경기 초중반 각각 홈런 및 적시타 퍼레이드를 벌이며 팀 승리의 전주곡을 힘차게 불었다. 결과적으로 계투진의 방화로 무너져 빛바랜 활약에 그쳤지만,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3번타자(좌익수)로 나선 김현수는 1회초 2사 후 LG 선발 서승화의 몸쪽 낮게 떨어진 체인지업(134km)을 걷어올려 선제 솔로포를 뽑아냈다. 초반 기선제압의 한 방.
LG가 2회말 김태완의 스리런포로 역전을 한 가운데 이번에는 6번타자(우익수) 이성열이 힘을 냈다. 돌아온 3회초 1사 2, 3루서 좌익수 방면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뽑아낸 것. 이후 두산은 손시헌의 안타 후 폭투로 만든 1사 2, 3루서 양의지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이성열이 재빨리 홈을 밟아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성열은 동점 적시타와 역전 득점을 기록했다.
4번타자(지명) 김동주와 5번타자(1루수) 최준석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4회초 바뀐 투수 심수창을 상대로 각각 좌월투런포와 우월솔로포를 작렬시키며 7-3까지 도망가는 백투백 아치를 그려냈다. 김동주는 몸쪽 직구(141km)를 통쾌하게 잡아당겼고, 최준석은 바깥쪽 슬라이더(134km)를 그대로 밀어쳤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은 LG의 뒷심에 모두 헛수고로 끝났다. LG는 7회말 이날 1군에 올라와 김태완의 대타로 나선 작은 이병규가 두산 철벽계투진의 선봉 고창성으로부터 우월 스리런포를 터뜨려 6-7까지 추격했다. 8회말에는 정재훈을 상대로 이진영의 2타점 역전 적시 2루타가 터져나왔고, 작은 이병규의 1타점 추가 적시타로 9-7로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LG 마무리 오카모토는 9회초 곧바로 올라와 두산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고 승리를 마무리지었다.
오랜만에 중심타선 모두가 제 역할을 해주면서 기분좋게 경기를 치렀던 두산. 계투진의 방화로 이들은 씁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짐을 꾸려야 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도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속에서 난 '천불'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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