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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강우석 감독 "1천만 한국영화, 한해 1~2편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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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의 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영화 '이끼'로 돌아왔다.

영화 '이끼'는 30년간 은폐된 마을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한 남자(박해일 분)와 이유 없이 그를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 간의 숨 막히는 서스펜스를 그린 작품. 3천600만 클릭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을 후꾼 달궜던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 '이끼'가 원작이다.

감독이자 대표적인 제작-투자자이기도 한 강우석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언제나 승부를 당당하게 즐기는 승부사에 비유된다. '꼼수'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90년대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 등을 통해 한국형 코미디의 새장을 열었던 강우석 감독이 '이끼'를 들고 오랜만에 감독 자리로, 아니 첫 서스펜스물을 들고 돌아온 이유는 뭘까.

"나이가 들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졌다고 할까요. 유머와 재미에서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던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내가)그렇게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강 감독은 요즘 높아진 관객 수준과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는 부담감도 솔직히 털어봤다.

"한국영화 관객들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유머와 유치의 차이를 잘 알고 있을 만큼 관객들이 성숙해졌어요. 들이대는 잣대가 엄해지고 웃길때도 웬만해선 유치하다고 할까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만큼 관객의 변심도 빠르다고 보면 됩니다. 예컨대 고교야구에서 프로야구로, K리그에서 월드컵의 경기 수준 정도라고 할까요."

강 감독은 특히나 제작자, 아니 감독으로서 자신의 유명세 때문에 어깨가 더 무겁다고 했다.

"저 처럼 전작에 대한 기대가 높거나,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잘 알려진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요. 편수가 점점 더 많아질 수록 더 어렵다고 할까요. 이제 와서 무슨 욕을 더 먹을까 싶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고 퇴보나 정체될까 더 힘이 듭니다. 임권택 감독께서도 언제가 이런 질문에 '천만에, 더 어렵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런 만큼 강 감독은 이번 '이끼'에 자신의 모든 공력을 쏟아 부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가장 공력을 많이 쏟아부었습니다. 힘든 얘기를 풀어내는 데 머리 앓이를 참 많이 했어요. (촬영하는 동안)한번도 웃지 못하고 노심초사했는데, 다 끝내 놓으니 오히려 편한 마음이 듭니다(강 감독은 엇그제 모든 작업을 완료했다고 했다). 이번처럼 제 한계를 느낀 작품도 처음이고 '이러다 죽겠다'는 하는 생각도 처음 가져봤습니다. 이제는 어떤 평가가 내려지든지 마음이 편해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작품으로 정면승부를 하겠습니다."

강 감독은 한국영화의 현 주소를 "수준은 최고, 환경은 최악"이라고 진단한다.

그만큼 영화적 기법과 기술적 기교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지만, 투자와 관련한 제작환경은 가장 나쁘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돈을 넣고 돈 먹는 '로또' 시장으로 변질된 현 영화 투자산업에 아쉬움을 지적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그럼, 가장 이성적인 본성을 가진 '자본'과 가장 감성적인 본성을 지닌 '영화'와의 이상적인 만남의 해법은 무엇일까.

"작품 잘 만들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돈이 돕니다. 영화산업은 소모적인 일상화가 크기 때문에 모든 작품이 돈으로 벌 수는 없지만, 일단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작품을)잘 만들어야 합니다. 관객을 만족시키고, (외화와)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고 봅니다"고 강조했다.

역시 승부사인 강우석다운 해법이 아닐 수 없다.

강 감독은 한국영화에서 일부 현존하는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소재적 제한은 거의 없으며 헐리우드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견주고 있다고도 했다.

강 감독은 '향후에도 1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한국영화가 계속 나올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움츠리지 않고 해 낼려고 노력하면 한해 평균적으로 1, 2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해를 건너뛰면 다음해에는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좋은 하드웨어를 갖고 있는 만큼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시아는 문화적인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요. 감성적인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거죠. 중국의 경우 우리 10년전 시장과 비슷합니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적극 나가야 합니다."

강 감독은 영화진흥 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영화진흥 정책 자체가 어떻게 보면 넌센스에요. 기성 감독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일은 별 소용이 없어요. 돈벌이에 상관 없는 일들을 지원해 줘야 합니다. 가령, 영화에 뛰어드는 학생들의 프로적 근성을 키우기 위한 촬영도구나 기자재를 지원한다거나, 독립영화를 지원하거나, 영화에 일생을 바친 원로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마련한다거나 뭐, 이런 일들을 해야하지 않을까 봅니다."

강 감독은 또 "작가 발굴 등은 지속적으로 해야 겠지만 인적 자원은 많다. 왜냐하면, 영화 일이 일단 재미 있기 때문"이라며 "인적 자원도 중요하지만 인프라 구축이 더 먼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영화'라는 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가장 밑바닥에서 부터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강 감독에게 감독과 제작자 중 어느 호칭 더 듣기 좋냐고 물었다.

"감독이라는 호칭이 가장 듣기 좋아요. 제작사나 배급사 대표, 심지어 누구는 저보고 회장이라고까지 말하더군요, 제가 돈 벌려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강 감독은 "과거 제작과 연출에 배분하는 비율이 8:2 정도 였다면, 앞으로는 이 비율이 반대로 바뀔 것이라며 최소한 기획 차원에서 감독을 지원해 주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강 감독은 다음달 시골 고교야구부를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을 그린 '글로브(G-LOVE)'의 촬영에 나선다.

조이뉴스24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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