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무너졌다. 첫 경기 그리스전 완승으로 기세등등하게 아르헨티나를 맞았지만,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는 한 수 위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 대한민국은 해외파 이청용(22, 볼튼)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박수를 보내줄 만했다.
한국은 17일 저녁(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서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의 막강한 공격력을 막지 못하고 1-4로 완패했다.
전반 17분, 페널티라인 왼쪽 측면에서 얻어낸 메시의 프리킥이 불운하게도 수비하던 박주영의 오른 정강이에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간 것이 패배의 시발이었다. 이후 전반 33분 왼쪽 코너 근처서 얻어낸 프리킥으로 시작된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로드리게스의 센터링으로 연결됐고, 부르디소의 머리를 맞고 넘어간 볼을 이과인이 헤딩슛으로 결정지었다.
이 순간 한국은 무기력한 패배를 예감하는 듯했다. 전반 내내 메시-테베스의 돌파에 혼쭐이 나면서 한국 수비는 좀처럼 공격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위축된 플레이로는 공격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아르헨티나 수비라고 해도 뚫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끝까지 투지를 잃지 않고 활약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이청용이다.
한국 선수들이 아르헨티나의 화려한 플레이에 위축돼 수세에 몰렸을 때 이청용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대등하게 맞불을 지폈다. 그 결과 전반 종료 직전 인저리 타임 때 이청용은 만회골을 기록하며 한국팀의 투지에 불을 지폈다.
이청용은 박주영의 헤딩으로 떨어진 공을 캐치하려던 아르헨티나 수비수 데미첼리스가 키핑 과정에서 주춤거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총알같이 쇄도해 가로챘고, 가볍게 아르헨티나의 골문으로 차넣어 만회골을 기록했다.
이 골로 기세를 되살린 한국팀은 후반 중반까지 오히려 공격을 주도하며 맹렬히 추격전을 펼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의 돌파에 이은 이과인의 적절한 위치선정에 의한 추가골이 2골이나 보태져 1-4로 무너졌지만, 이청용의 전반 막판 만회골은 한때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 뿐만 아니다. 이청용은 후반에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13분경에는 중앙 돌파 후 염기훈에게 완벽한 1대1 상황을 만들어주는 패스까지 찔러넣는 등 전후반 동안 이청용은 한국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비록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패하며 나이지리아전 필승을 외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지만, 이청용이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슈퍼이글스' 사냥에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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