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수원 삼성)가 아니라 정성룡(성남 일화)을 수문장으로 기용한 허정무 감독의 선택이 빛을 발했다. 단 한 차례의 실수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중차대한 경기서 정성룡은 밀려오는 불안감 속에서도 그리스의 공세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한국은 12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서 열린 B조 예선 첫 경기 그리스전에서 이정수(전반 7분)와 박지성(후반 7분)의 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완벽한 밀착 수비와 함께 스피드와 체력으로 그리스를 압도한 한국대표팀은 전후반 90분 내내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며 첫 원정 16강을 위한 역사적인 첫 발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전반 7분 왼쪽 코너플랙에서 예리하게 띄운 기성용의 프리킥을 뒤에서 뛰어들며 오른발로 갖다대 첫 골을 집어넣은 중앙 수비수 이정수, 후반 7분 빈트라에게 연결된 공을 한 발 앞서 가로챈 뒤 그대로 골문으로 질주해 골키퍼 조르바스의 우측으로 가볍게 차넣은 박지성.
한국의 승리를 부른 이들의 멋진 골로 한국은 전후반 기선을 놓지 않으며 예상 외의 낙승을 챙겼다. 나머지 필드플레이어 모두도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그리스 신화'를 깨는데 공헌했다.
이 중 묵묵히 골문을 지킨 정성룡의 활약도 눈부시게 빛났다. 이날 그리스는 전반 선제골을 내준 뒤 조바심에 끊임없이 센터라인 좌우측에서 한국 골문으로 롱패스를 쏟아부었다. 공만 잡으면 곧바로 롱패스를 시도하며 일격을 노렸다. 연결이 안되더라도 혼전 속 2차 공격을 노린 속칭 '묻지마 롱패스'에 의한 공세였다.
이런 경기 양상에서 정성룡은 안정감 있게 한국 골문을 지켜냈다. 특히 전반 시작과 동시에 상대에게 내준 코너킥으로 위기를 맞는 모습도 있었지만 곧바로 안정감을 찾으면서 완벽하게 수문장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전반 막바지 햇빛이 시선을 가리는 상황에서 정성룡은 게카스를 향해 날카롭게 날아온 롱패스를 잠시 주춤거리면서도 잘 잡아냈다. 만약 위험 상황을 연출해 행여나 동점골이라도 내줬다면, 경기 상황이 급변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후반에도 정성룡은 제 활약을 해냈다. 후반 37분경, 롱패르를 받은 게카스가 돌아서며 날린 왼발 터닝슛을 순발력있게 몸을 날려 오른손으로 튕겨냈다. 이외에도 정성룡은 나와줄 때 나와주며 무실점으로 완승의 토대를 닦았다.
장신을 이용해 롱패스로 호시탐탐 골을 노린 그리스의 공격 패턴을 수비수들과 합심해 철저하게 봉쇄한 대한민국 골키퍼 정성룡. 이날 '태극전사'의 완승에 힘을 보탠 또 한 명의 수훈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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