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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벗어던진 이동국, '투혼'으로 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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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7분 골라인 밖으로 나가려던 볼을 한 선수가 끝까지 뛰어가 살려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볼을 잡은 선수는 어느새 가로지르기(크로스)를 시도했다.

볼은 염기훈의 머리에 정확히 연결됐고 헤딩 슈팅으로 이어졌다. 아쉽게도 크로스바에 맞으며 골로 완성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집념으로 볼을 잡아내고 정확한 패스까지 한 그에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붉은악마들은 하나가 돼 '이! 동! 국!'이라는 이름 석 자를 외치고 있었다.

'라이언킹' 이동국(31, 전북 현대)이 허정무호의 상징인 '투혼'을 확실하게 이식받으며 '게으른 공격수'라는 껍데기를 훌훌 벗어 던졌다.

이동국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 선발 공격수로 나서 염기훈과 호흡을 맞추며 후반 21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해 8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을 통해 2007 아시안컵 이후 2년 1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입성한 이동국은 "느리다"거나 "웨인 루니나 디디에 드로그바같은 저돌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허정무 감독의 지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변화를 모색했다.

이번 에콰도르전은 이동국의 변화가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는지 보여준 한 판이었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데 집중한 이동국은 여러 차례 기회를 얻었지만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동료에게 연결하며 공격의 맥을 끊지 않으려 애썼다. 수비 시에는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와 커버 플레이로 상대의 역습을 저지했다. 물론 자신의 실속을 차리는데도 집중해 슈팅 기회에서는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

후반 6분 이동국은 이청용의 발에서 시작된 볼이 기성용을 거쳐 자기 앞으로 오자 넘어지며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골이라 생각한 이동국은 두 팔을 벌리며 세리머니를 시도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14분에는 김재성의 낮은 패스를 발로 방향을 바꾸는 절묘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의 감각적인 펀칭으로 득점 기회를 날렸다.

사실 에콰도르전에 나선 이동국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지난달 24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연습 과정에서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 이상으로 압박 붕대를 감고 나서야 했다. 지난 5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호남 더비'에서는 오른쪽 발목을 접질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이상 없음을 확인해야 했지만 언제든 탈이 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그에게는 부상이라는 기억이 머릿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2006 독일월드컵을 한 달여 앞두고 무릎 인대 파열로 본선에 함께 하지 못한 한은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12년 만에 다시 온 월드컵 출전 기회를 이동국은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

사나흘 간격으로 경기를 소화한 이동국은 지난 1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 후반 23분 나서 연장전까지 소화했다. 연장 후반 11분 박원재의 가로지르기를 받아 머리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3-2 승리를 이끌었지만 피곤함은 그를 지배했다.

비행편 확보 문제로 이동국은 22시간의 비행 여정 끝에 14일 저녁이 돼서야 입국했다.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15일 한 차례만 호흡을 맞춘 뒤 이날 에콰도르전에 나섰다. 피로 회복할 시간이 없었지만 12년 만에 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악바리 근성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를 관전한 대한축구협회 손종석 기술위원은 "이동국은 과거 부상 때문에 몸을 좀 사린 것 같다. 챔피언스리그 경기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FC서울 안익수 코치도 "피로 누적으로 정상적이지 못했다.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필요했는데 조금 아쉬웠다"라고 진단했다.

허정무 감독은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발목 부상도 완전치 않았다"라며 이동국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지만 줄곧 지적해온 단점이나 아쉬움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현재 몸 상태를 감안할 때 큰 불만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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