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이름도 낯설다. 영화 '대한민국 1%'의 주인공 이아이는 대중들에게도,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그야말로 뉴페이스다.
이아이는 기억에 남는 조연 배역 한 번 거치지 않고 단번에 주인공 자리를 꿰찼지만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의 친구, 죽어가는 궁녀, 말 없는 호위무사 등 수많은 단역들을 거쳐왔다.
"2004년에 SBS 금요드라마 '나도야 간다'에서 이청아 씨 친구 역으로 나왔어요. 오디션을 사흘에 걸쳐 6시간씩 봐서 전 화려하게 데뷔할 거라 생각했는데 대사 한두 마디 있는 친구1 역이었어요.(웃음) 그 외에도 많은 역할들을 연기했는데 서운하지는 않았어요. 그때는 제 연기나 배우로서의 마음가짐 등이 큰 역할을 맡을 자격이 안 됐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할 줄 아는 신인 아닌 신인 배우 이아이. 그녀가 '대한민국 1%'의 주연으로 낙점된 이유는 일명 '대가리 박아' 자세 덕분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군대 얘기가 너무 재미있어 매니저에게 오디션을 꼭 보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오디션 때까지 매일 체력훈련과 하루에 2km씩 수영을 하며 준비를 꾸준히 했죠. 감독님께서 그런 열의도 인정해 주셨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대가리 박아'였어요.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신체 구조상 여자들은 그런 자세를 못 한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쉽게 3분 정도를 하고 있으니 바로 '너 캐스팅 됐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막상 캐스팅이 결정되니 촬영 준비로 떨릴 여유조차 없었다는 이아이는 여성이지만 특수부대원 역을 맡아 육체적으로 겪은 고달픔도 풀어놨다.
"주연으로 캐스팅만 되면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만 바빠졌어요. 크랭크인 전날 '국가대표'와 '해운대'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의 인생을 표현할 기회가 생겼으니 잘 해봐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었죠.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하루하루 유미를 어떻게 표현할까만 고민하느라 촬영 때는 떨릴 여유도 없었어요. 특수부대라 건장하게 보이려고 정말 토할 때까지 운동한 것 같아요. 수영을 4km씩 해야하니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하지만 그렇게 힘든 일을 견뎌내게 한 것은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이었다고. 이아이는 주연으로 한 작품을 겪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었다고 한다.
"주위 분들이 '너의 컨디션으로 촬영장 분위기가 바뀐다'고 해주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연배우의 책임감이 생기고 좀 더 진중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격적으로 제 연기를 처음 보여드리는 거라 무섭고 두렵기도 하지만 하나의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끝까지 무사히 잘 연기를 해낸 저에게 조금은 칭찬을 해줄 수 있을 것도 같고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감도 생겨서 만족해요."
본명이 이미 활동 중인 탤런트와 같아 새로 만든 예명 '이아이'. 특이한 예명만큼 특별한 이력도 있다. 이아이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학 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했으며 현재 휴학 중이다.
"원래 꿈은 의사여서 이과를 선택했는데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해요.(웃음) 고등학교 3학년 때 의사의 꿈을 접고 영화를 공부하려고 했는데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게 됐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학 영화과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일본어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외국인 학생이 처음이라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도 일본 친구들이 제가 잠깐 스쳐지나가는 장면만 보고도 많이 격려를 해줬죠. 그 친구들을 위해 더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딛은 이아이는 마지막으로 포부를 밝혔다.
"우연한 계기에 연기를 하게 됐지만 활동해보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지금에 있어서 진짜 연기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1%'가 연기자의 길을 틔워준 작품이라 생각하고 힘찬 걸음 한 보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디서든 소소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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