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감독이 이끄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 초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제주는 지난달 27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개막전 1-0 승리를 시작으로 6일 전북 현대와 2-2, 14일 경남FC와 1-1 무승부를 기록한 뒤 21일 대전 시티즌을 상대로 2-0으로 이겼다. 2승2무 무패행진을 이어온 제주는 2위를 달리고 있다.
네 경기를 치러오면서 제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미친 왼발'이라는 별명의 공격수 이상협(24)이다.
17세 이하(U-17) 청소년대표팀 경력의 이상협은 2006년 FC서울을 통해 K리그에 입문한 후 주로 교체 요원으로 나서면서 12골 4도움을 기록했다. 2007년 자신의 시즌 최고인 6골 2도움을 기록한 뒤에는 이따금 골맛을 보며 존재감을 알리는 정도였다.
올 시즌 박경훈 감독이 제주로 부임하면서 감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상협은 제주에 부족했던 왼발 슈팅 요원의 적임자가 됐다. 힘 넘치는 그의 슈팅은 창이 무뎠던 제주의 공격력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대전과의 경기에서도 이상협의 활약은 만점이었다. 전반 18분 구자철이 옆으로 밀어준 프리킥을 아크 오른쪽에서 그대로 슈팅해 골키퍼 양동원이 몸을 날리기도 전에 골망을 흔들었다. 22분에는 롱 스로인으로 박현범의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이상협은 시즌 3골을 기록해 인디오(4골, 전남 드래곤즈)에 이어 몰리나, 파브리시오(이상 성남 일화)와 함께 득점랭킹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백승민(전남 드래곤즈)과 함께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리고 있다.
194cm의 장신으로 2008년 수원 삼성을 통해 K리그의 맛을 봤던 박현범(23)의 활약도 눈에 띈다. 공중볼 다툼 능력이 좋고 공격 전개 센스도 있는 박현범은 수원 입단 당시 조원희와 호흡을 맞춰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파트릭 비에이라-클로드 마케렐레 콤비에 비유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배기종과 함께 제주로 둥지를 욺긴 박현범은 구자철과 공수를 분담하며 그동안 허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제주 미드필드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 두 명의 활약에 힘을 얻은 박경훈 감독은 "어느 팀과 겨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라며 제주의 돌풍이 짧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 외에도 중국 창사에서 돌아온 최전방 공격수 김은중도 노련하게 공격을 이끌고 있다. 마수걸이 골은 없지만 4경기 동안 6개의 파울을 이끌어내며 상대 수비수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배기종까지 가세하면 제주의 공격력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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